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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07/02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K가 부끄러울 때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파고든 2025년 5월 14일에 개봉된 조세영 감독의 ‘케이 넘버, K-Number’를 신촌의 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관람하였다.

해외 입양인의 뿌리 찾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K-Number'의 한 장면 (사진=독립영화제)

여기서 ‘K-넘버’는 한국의 대표적인 한 입양기관에서 해외 입양아동에게 붙였던 번호이다. ‘K가 부끄러울 때’라는 제목은 한국일보의 라제기 기자의 이 영화에 대한 칼럼 (2025. 06. 13)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공감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친부모를 찾아 4번째 한국을 방문하는, 1974년 8살 때쯤 미국으로 입양된 김미옥 씨의 한국에서의 뿌리 찾기를 카메라가 쫓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해외입양을 개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조직적인 해외입양 체계와 그로 인한 국가적 인신매매라는 오명에 대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류 기록을 들춰가면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의 해외입양은 전후 1950년대가 아닌, 한국경제 초고속 성장기인 1970~1980년대 4개의 민간 해외입양 기관을 통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사회의 보편적인 입양 조건은, 예비입양부모가 아이가 있는 나라에 직접 와서 아이를 보고 법원 등 그 나라의 공적 체계를 통해 판결을 받아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2011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그 과정이 없이 아이만 비행기에 태워 에스코트하여 직접 입양국에 전해주는 방식이 실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입양수수료는 높아졌고 이동한 아기는 다른 가정으로 넘겨지는 등,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한국계 입양인 중 약 2만 명이 시민권 취득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게 무국적자가 된 해외입양인 중 누군가는 한국에 돌아와서 자신에 대한 기록을 찾다 실패하고 투신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본영화; 뿌리의 집 연차 보고서, 2016-2017; 경향신문, 2017.08.31: [기고]해외입양이 감사할 일입니까)

“현재 한 아이를 해외로 보내면 입양기관이 3,700~4,0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또한 입양기관에는 수백억 원대의 기부금이 흘러 들어가요. 전 세계로 흩어진 입양아 50만 명 중 40%를 차지하는 20만 명이 한국 아이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요’인데, 아무리 큰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아이를 찾는 이들이 있으면 ‘공급과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서양의 가정이 가진 욕망을 채워주는 입양기관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활발한 해외 입양이 이루어졌어요. 1980년대에는 1년에 9천여 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기도 했지요.” (2021.06.17, 가스펠투데이, ‘2만 4천여 아동 해외입양, 21세기 한국?’)

1980년대 군사정권을 지나, 민주정권의 대표적인 대통령이 해외입양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명하긴 했지만, 연이은 정권의 관련부서 장관이 해외입양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할 말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여 개인적으로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어떤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해외입양기관에 정기적으로 감사 편지를 보내 ‘감사할 줄 아는 국가이미지’를 주자고 하여, 인권정책 전문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7. 08. 31, 경향신문, [기고] 해외입양이 감사할 일입니까)

해외입양은 한국인으로서 직무 유기고, 아이에게는 잔혹한 이주이며, 영화에 짧게 등장한 한 입양인은, 해외입양이 마치 일제 강점기 위안부 차출과 비교할 만하다고 절규한다.

과거 어느 시기에, 미국이 천국이니까, 유럽은 선진국이니까, 해외입양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친부모와 분리돼서 행복한 아이는 없으며, 인종 간 입양으로 그 사회 누가 어떻게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2004년 스웨덴 입양인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3.7배, 정신과 치료는 2.7배라고 한다. (2021.06.17, 가스펠투데이, ‘2만4천여 아동 해외입양, 21세기 한국?’)

서양인 부모의 품에서 그들의 언어와 감성으로 성장한 입양인은 사춘기를 전후로 결국 그들의 정체성과 동질성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그 사회의 노동시장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한국인으로 대상화되며 당대의 한국인으로의 위상은 그곳에서 결정된다.

입양인들이 한국에 돌아와 받는 대접은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겉만 한국인인 외국인이다. 입양기관은 자기의 기록을 복사하려는 입양인에게, 내용이 곡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어렵게 연결된 어떤 친생엄마는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딸에게, ‘나를 잊고 그쪽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내가 죽을 것 같다고’ 밀어낸다. 그 사이에서 통역자는 차마 그 말을 직역하지 못하고, ‘언제 시간 있으면 한번 같이 놀러 가세요’라고, 완곡한 중재를 한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차단되고 익명화된다.

‘우리가 돌아올 줄 몰랐겠죠?’라고 영화 속 한 입양인은 묻는다. 다른 입양인은, ‘입양 관계자가 아닌, 그냥 보통 한국 사람들은 해외입양과 해외입양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다. 영화의 일반 한국인은 고심 끝에 대답한다. ‘슬퍼요!’ 나는 텅 빈 예술영화관에서 다른 대답을 한다. ‘분노하죠!’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지만 입양인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 둘러싸여 투명하지만, 차단된 느낌을 받는다. (계속)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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