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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05/18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복사꽃 누른 '육개장'

현재 한국은 대통령은 공석이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써, 새 대통령 선출 전까지 국정을 대리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등장하면 개인적으로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주요 경력이 병역 부분이다. 이주호 권한대행님은 석사장교로 복무를 만료했다고 나온다.


석사장교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석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장교 임관 제도였다. 그 당시 33개월 가야 할 군대를 6개월에 그것도 장교로 마친다는 신 터널을 통과하기 위하여 주변에서 너도나도 지원을 위한 영어 시험공부에 애썼던 기억이 난다.

장교라는 이름을 주려면 복무 기간을 충분히 하든지, 나라가 필요한 인재에 병역 특혜를 준다면 기간을 줄이되, 계급이라도 낮아야 할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였다. 그들이 전역하면 소위 ‘육개장’으로 갔다 왔다고 했다. 육 개월 장교의 준말이다.

그간 대통령 후보나 유망 정치인의 군 복무 사항을 보면 현역보다 각종 이유로 면제나 대체, 단기 복무 등의 경우가 꽤 눈에 띈다. 강한 육체와 반짝이는 지능을 겸비한 20대 청년의 소중한 3년을 국가에 바친 현역 만기 전역자를 좀 더 존중하고 대우해 주는 길은 없을까? 예를 들면, 선출직은 현역 만기 전역자만 나올 수 있다든지. 그러면 더 부유하고, 더 공부 잘하고, 더 건강한 청년이 앞다투어 현역으로 입대할까?

2020년대 현재 육군 복무 기간은 18개월로 단축되었고, 일과시간 이후에 휴대전화의 사용 허용, 월급 인상이나 기타 복지 관련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군대의 적지 않은 변화가 느껴진다. 

그러나, 안락하기 그지없는 현재 한국 사회를 두고, 하루가 되었든 삼 년이 되었든, 개인의 가장 소중한 자유와 생명을 남자이기 때문에 강제로 군법에 구속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역 군인의 노고와 헌신을 가볍게 여길 수가 없다.

이제야 돌이켜 보자면, 여대 재학생으로서 나는 타교의 같은 학년 동아리 동기가 입대했을 때, 그냥 이제는 못 보는 사이가 되겠구나 하는 관점이었지 군대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시각은 느낄 새가 없었다. 군대 생활을 진지하게 뚫어보게 된 것은 내 나이가 자식뻘 남자들이 군대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제야 몸만 큰 아이가 마주할 병영 생활에 대해 아찔한 느낌이 스며왔다.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다 놀라서 깬다.’ ‘자식 두 명을 군대에 보냈지만 세 명이라면 도저히 못 보내겠다.’ ‘군대를 알기에, 동생을 보내면서 배웅하고 돌아서며 통곡했다.’ ‘고치려면 고칠 수 있는데, 안 고친다.’ 드물게 ‘나는 군대 생활이 좋았다’라는 말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과연 군대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면에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모든 같은 연령대 청년이 특례 없이 군 복무를 한다면 자부심도 높이고 군 생활도 활기를 북돋고 군 문화도 좀 더 빠르게 향상되었을 텐데 와 같은 이상적인 생각을 한다.

이제 육 개월에 장교가 되는 제도는 사라졌지만, 그 제도의 혜택을 받은 지금의 76학번에서 85학번 사람들의 소식이 대통령권한대행으로도 나타나고, 예비군 훈련 참석자를 결석 처리했다는 교수의 얼굴로도 나타난다. 

결석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안 온 것을 온 것으로 처리할 수 없는 교수의 판단도 개인적으로 이해한다. 20대 중반에 회사에서 출결을 기록하는 업무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이 나에게 오늘 늦게 온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지각이라고 기록했다. 그 직원이 오후에 나타나서, 연락했는데 왜 지각이라고 찍었느냐고 물었다. 연락은 연락이고, 지각은 지각이니까 당신은 무단 지각을 안 한 것이지 지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담담히 대답했다.

아마 예비군 훈련에 갔던 복학생을 결석 처리한 교수는 20대 나처럼 ‘사실은 유일하다’고 인식하는 자신을 어쩔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직관은, 의무를 다하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은 나의 자유와 생명을 지킨 은인이라고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한 감사와 보은의 감정이 일어난다. 예비군으로 인한 결석은 가산점의 개념으로 상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법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이 정해진 것이다. 자유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자유를 유예하라면 나는 단 하루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생명은 어떠한가? 

더구나 20대 피 끓는 나이에 우리의 아들들은 뭣도 모르고 두려움과 기대를 품고 입대했고 그 안에서 무력과 전쟁과 조직과 전우애를 익혔다. 그 가치와 헌신을 너무 쉽게 잊거나 당연히 그들만 해야 할 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복사꽃은 3~4월 봄에 핀다고 한다. 복학한 사 학년을 복사꽃이라 했다. 그 시절 군대 3년을 마치고 드디어 심기일전해서 학과에만 매진하는 복학생에게는 강인함과 인내와 사리 분별과 학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복사꽃이 되어 새로 입학한 아리따운 여자 후배를 맞는 기대도 살짝 있으려 했는데, 육개장 때문에 그냥 꿈을 접고 다시 공부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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