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에서 연방 이민당국의 체포가 늘면서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과 간병인, 출근길 가장까지 구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단속의 영향이 당사자를 넘어 가족의 생계와 취약계층의 돌봄 공백으로 번지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선출직 공직자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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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타임스는 27일 시애틀의 라티노 지원단체 카사 라티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민자·노동 관련 단체 7곳 이상이 최근 체포 사례를 공개하고, 워싱턴주에서도 대규모 이민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 권익단체 원아메리카의 록사나 노루지 사무총장은 “단속 급증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워싱턴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워싱턴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체포 건수는 지난 7월 약 700명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보도에 따르면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 초 미니애폴리스 집중 단속 과정에서 연방 요원들에 의해 미국 시민 2명이 숨진 뒤 한동안 둔화했다. 그러나 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권익단체들은 7월 이후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단속 강도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소개된 최근 구금 사례에는 워싱턴대학(UW) 입학을 앞둔 19세 우등생, 취약계층을 돌보던 간병인 2명, 배관 작업 현장으로 향하던 세 자녀의 아버지, 라오스 출신 난민 등이 포함됐다. 다만 보도에는 이들 각자의 구체적인 이민 신분이나 체포 사유가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다.
페더럴웨이에 거주하는 한 가장은 지난 17일 이른 아침 배관 일을 하러 가다가 노르망디파크에서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 현재 타코마의 서북미 이민국 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그의 딸 알론드라 미란다 가르시아는 아버지가 23년 넘게 가족을 중심으로 삶을 꾸려온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언제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두 아이에게 그 빈자리를 설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르시아와 그의 올케는 구금시설을 매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제한된 면회 시간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간병인의 체포가 돌봄을 받던 사람의 건강 문제로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비스노조 SEIU 775의 루시 바스케스마르티네스 현장 책임자는 한 간병인이 근무 도중 편의점에 갔다가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 간병인은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돌봄 대상자의 상황을 크게 걱정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간병인은 이민당국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과정에서 구금됐다. 바스케스마르티네스는 이 간병인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담당하고 있었다며, 체포 이후 돌봄 대상자가 며칠 동안 간병을 받지 못하다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고 주장했다.
라오스 출신 난민 친구의 체포 소식을 전한 트래비스 페이스는 친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주 포트앤젤레스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일자리가 없었지만 이웃의 정원을 손질하고 땔감을 쌓아주는 등 주변 사람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ICE의 제이슨 처디 대변인은 이 남성에게 2009~2016년 사이 마약류 소지와 차량 절도 등의 유죄판결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는 친구의 과거와 별개로 그가 지역사회에서 새 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단속 방식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킹카운티 이민자·난민위원회 위원이자 단속 현장을 확인하는 신속대응 활동에 참여하는 팔미라 피게로아는 요원들이 후추 스프레이와 총기를 꺼내 드는 모습을 대응팀이 목격했으며, 체포 과정에서 크게 다친 사람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영상을 촬영하는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방 국토안보부는 ICE 요원들이 시민과 요원의 안전을 우선하며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하도록 교육받는다고 밝혔다. 긴장 완화 기법과 관련한 훈련을 받고, 매년 물리력 사용에 대한 재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징계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 정보가 이민 단속에 활용되는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단체들은 이민당국의 워싱턴주 면허국 정보 접근을 더욱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러 수사기관이 이용하는 전국 정보망 ‘Nlets’를 통해 면허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으며, 이런 정보가 이민 신분을 확인하거나 단속 대상자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밥 퍼거슨 워싱턴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ICE 계정의 Nlets 조회를 차단하는 등 이민 단속 목적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치를 시행한 주가 소수에 불과하며 워싱턴주가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연방기관은 여전히 정보망에 접근할 수 있어, 이민당국이 다른 경로로 면허 정보를 확보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시애틀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대학 인권센터는 10월 현재 운전자 정보와 연관된 이민 체포 사례 356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멕시코 명절인 ‘망자의 날’을 앞두고 구금되거나 추방된 사람들의 사진을 놓은 제단이 마련됐다. 바닥까지 펼쳐진 명단에는 단체들이 전국의 구금시설이나 ICE 체포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힌 수십 명의 이름이 적혔다. 참석자들은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주황색 메리골드 꽃을 올리며 이들을 추모했다.
참가 단체들은 주민들에게 신속대응 활동과 이민자 지원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출직 공직자들에게는 단속으로 타격을 받은 가족을 위한 지원 예산 확대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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