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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10/01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어디길래 건장한 한국인을 한 줄로 세우고 사슬에 묶어 잡아가는 것일까? 기차역에 설치된 텔레비전 화면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 촬영된 한국인 체포 장면이 반복되는 영상을 처음 보면서 정말 궁금했다. 

결국 그것이 2025년 9월 4일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배터리 공장을 짓다가, 미 이민 당국에 체포되는 한국인 건설기술 전문 인력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우려와 분노가 일어난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한국과 미국이 함께해온 역사 라인 표의 스위치를 누르자, 대양에 점점이 떠오르는 섬처럼 빨간불이 켜진다.

처음부터 한국은 미국 이양선을 거부했다. 대원군 때였다. 오겠다고 들이민 것은 미국이었다. 1866년 제너럴셔먼호의 만행과 침몰, 그리고 이를 구실로 1871년 5척의 군함과 1,200여 명의 병력으로 미국은 조선을 침략하였지만, 조선은 강하게 대적하여 이들을 물리쳤다. (신미양요) 1924년 우리 동네의 은행나무 옆에 서양식 집을 짓고 살았던 미국인 광산업자의 영국인 아내가 쓴 ‘호박목걸이’ 라는 책에 의하면, 이런 표현도 있다.

‘나는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 배에 탄 미국인 모험가들은 청나라에 있다가 조선 왕의 시신은 황금 관에 넣어 묻는다는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서 도굴할 욕심에 조선으로 건너왔다. …. 나는 언젠가 평양에 가서 대동문 앞에 전시되어 있다는 셔먼호의 닻을 연결하는 사슬도 보고 싶었다. 그것은 외국인 탐험가들에게 조선인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위협받으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경고하는 상징물이었다.’ (호박목걸이,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책과함께, 2014, 160~161쪽)

이차세계대전 후 1945년 일본이 나가고 이제 한국이 알아서 살면 되는데, 부르지도 않았는데 38선을 그으면서 나타난 것도 미국이었다. 덕분에 종전 1주일을 남기고 대일전에 나선 소련과, 그리고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이차 대전에 참전하게 된 승전 연합군의 대표 격인 미국은, 각각 한반도의 남과 북을 분할 점령하였고, 한국은 통한의 분단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비상한 외교 전략으로 중립국이 되어 다양한 선진국과 교류하며 서울에서 대륙을 통해 유라시아행 철도를 운행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스위스처럼 금강산과 설악산을 뽐내는 관광 강국이 되었을지? 아니면, 이씨 왕가가 다시 정권을 잡고 대한제국이 계속되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때 분단이 되지 않았으면, 남북한이 그렇게 뼈아프게 싸울 일도, 수십만의 미군과 유엔군, 남북한 군인과 중국군이 죽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흐르지 않았고, 미국과 한국은 혈맹이 되어 현재까지 돈독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6·25 이후 남한은 미국으로부터 원조와 최혜국 대우를 받는 동안 이미 너무 고마운 나라이기에 그 나라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었다. 

태어나 보니 미국은 이미 우리의 우방이었지만,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 미국 구경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고되고, 먼 길이었다. 그래서 미국에 갔다 온 사람의 경험이나 미국 생활의 에피소드를 들으면 꿈처럼 신기했다.

그중에서 2022년 돌아가신 김동길 교수는 링컨 전문가였는데, 유신에 반대해 옥고까지 치른 유학파 교수였기에 그의 미국 이야기는 무척 정직하게 들렸다. 그중 기억나는 말은 링컨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줘봐라 그럼 그의 진짜 모습을 볼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궁할 때는 다 통하는 것 같지만, 막상 권력이 손에 있으면 사람이라면 그 힘을 쓰고야 만다는 뜻일 것이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또 김 교수님은 미국의 언론 자유나 개인의 사생활 존중, 그리고 공직자의 애국심 등의 예를 들어 미국의 장점으로 많이
소개했던 것 같다.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바라던 많은 청년의 마음속에 그 당시 미국 유학자들에게 듣는 미국의 개방성, 청렴성, 개척 정신은 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이러한 신선한 느낌은 사실 미국의 노예해방이 링컨의 인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농장의 환경이 바뀌고, 시대가 기계가 편리한 시대가 왔고, ‘결국 노예는 해방된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둘 필요 없어진 것이다.’라는 주장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링컨과 미국에 대한 나의 꿈이 깨지는 혼란이었다.

다 알다시피 미국은 본토에 원주민을 내쫓고 아프리카인의 노역을 통해 기초를 닦은 역사의 나라이다. MAGA가 주장하는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과연 그 돌아가고 싶은 아메리카는 어디일까?

이번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317명 한국인 등 475명을 급습하여 체포한 사태를 보면서, 이 사건의 배경이 된, ‘MAGA’의 미국이 돌아가고 싶은 great, 위대한 연대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 결사 항전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하고 신대륙을 넘겨받은 그들은 신이 나서 보는 대로 그 땅의 버펄로를 사냥하고, 또는 아프리카에서 대신 이 땅을 경작해 줄 사람이 상륙하는 것을 흐뭇해하던 그 시대일까? 아니면, 2차대전 후 세계
경제와 군사를 주도하던 시절의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위대함일까?

유감스럽게도 그 융성함이란 양차 대전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후 외국에서 인재의 유입과 활용으로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올 때, 국가의 융성함이 빛을 더했다. 그래서 이제 남미와 장벽을 쌓고, 체류 자격을 문제 삼아 대규모 체포 장면을 실적화하는 트럼프의 정책으로는 미국의 위대한 팍스 아메리카로 돌아가는 것이 2025년에는 쉽지 않게 보인다.

1991년부터 1994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미국 뉴욕주의 한 도시에 3년간 생활했었다. 강산이 3번 바뀔 오래 전이지만 지금도 떠올려보면 바로 그 장소와 시간으로 쉽게 들어간다. 그때 그 지역 미국의 생활 환경과 현재 한국의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한 지역 도시 마트의 넓은 주차장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

내가 미국에 도착해서 가장 놀란 것이 미국에 흑인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인구 비율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는 현실에서는 모르고 다만 영화나 책을 통해 백인 기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번은 같은 동양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미국에서의 첫인상으로 그 소감을 말했다. ‘이 많은 흑인이 정말 노예선을 타고 왔단 말인가?’

1990년대 초기, 한국에서 오는 소식은 해마다 무슨무슨 시위가 끊임없이 벌어진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 많은 흑인이 정말 강제로 배에 태워져 여기에 살게 된 것이라면, 한국처럼 해마다 무슨무슨 시위가 끊임없이 벌어져야 할 것 같은데, 미국에는 전혀 그런 시위가 없다.’

‘세상에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잡아 집단으로 배로 옮겨 다른 대륙의 자기 농장에 일을 시킬 생각을 했을까,’ 나는 마치 나 혼자 느꼈다는 듯이 은밀하게 말했다.

동양인 A가 말했다. ‘스페인 사람이 가장 먼저 그 생각을 했대.’
동양인 B가 말했다. ‘사실 그것은 독일인이 유대인을 학살한 것보다 더 반인륜적이지.’

나는 A와 B의 대답에,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나는 그들이, ‘그러게 말이야~’ 라든지, 혹은 ‘나는 의식도 못 했어!’ 정도로 말할 줄 알았다. 나는 그들이, 미국 로맨스 영화나 크리스마스카드의 금가루 같은 미국 문화의 달콤함만 기억하는 나와 비교해, 이미 미국의 역사에 대해 지식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

왜 그렇게 건장한 킨타쿤테는 쇠사슬에 묶여 신대륙에서 수모를 당해야 했을까. 노동력이 필요하면 자기네가 하면 되지, 굳이 아프리카에서 다른 자연인을 강제 입국시켰다.

내가 최근 읽은, 1919년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 사람이 2010년 펼쳐낸 자서전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1925년 엄마 (호박 목걸이의 저자, 메리 린리 테일러)와 함께 미국에 가게 된 소년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백인 부두 노동자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백인 남자가 육체노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 백인 쿨리들 좀 봐 엄마! 나는 비명을 질렀다.’ (Dilkusha by the ginko tree, Bruce Tickell Talor, 2010, Trafford, 32쪽)

흑인이나 동양인은 백인이 부리는 대상이라는 뭔가 뿌리 깊은 그들의 계급 의식이 느껴진다. 마약 한 해리 왕자는 미국에서 잘만 사는데, 마약을 싫어하는 트럼프지만 그것은 문제 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신체를 겁박당해 짧은 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는 발걸음은, 제도와 무력이 탄탄히 받쳐주는 가운데 편하게 작전을 하고 있다는 ‘아침 냄새’*의 느슨함으로 상대방을 옥죄기 때문에, 킨타쿤테는 거대한 분노를 삭이며, 오늘도 무슨무슨 시위를 할 수가 없으며, 오랜 시위를 통하여 이제는 서로 안전을 지키고 결국 대화를 이끌어내는 문화를 견인해 온 한국인에게 미국의 이러한 불필요한 인권유린은 한국과 세계인에게 결국 기억할 수밖에 없는 정지 지점으로 남는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인종 간에 타자 의식이 깔려 있어 공권력이 인종차별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에는 힘으로의 제압 이외에는 아무런 출구를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회가 있었다고 미국 흑인에게서 들었다. 그에 의하면, 미국에도 흑인과 백인이 손잡고 미래로 나아갈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킹 목사가 암살되면서 그 희망은 크게 좌절했다고 한다. 그 흑인은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 그것을 막고 있다’, ‘백인은 결코 공정한 적이 없었다.’

한국의 재계는 대미 투자를 하면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기 위해 한국인 동반자 법을 발의하여 필요한 E-4 비자, 15,000개를 요청했으나 미국에 의해 거절되었다. (재계 "20년에 걸쳐 韓 비자 문제 해결해 달라고 했으나... 만시지탄" -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조은효 기자, 2025. 09. 07) 

물론 합법적인 것은 중요하다. 멜라니아도 이민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이민을 반대한다고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러나 대규모 공장 건설을 앞두고 포괄적 양해각서 이야기가 안 나오고, 이미 공장 건설이 진행된 상태에서 국가를 건립할 만큼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투자금으로 강요하는 것은 합법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는 많은 국내외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언젠가 백인과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는 아프리카 이야기의 독립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의 흑인들은 백인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이렇게 해오고 저렇게 해보는데, 그때마다 백인은 제도를 바꾸거나, 방법을 바꾸거나, 흑인이 대비해 온 해결의 판을 없애 버려서, 결국은 흑인들은 쟁점을 향할 싸울 대상조차 만나지 못하고 난감해하며 흐지부지 영화는 끝난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미국에서 만난 흑인 지성인이 ‘화이트 네버 페어’라고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지금도 세계 언론과 여론은 마치 한국인과 인권을 옹호하는 것처럼 왈가왈가하지만 결과는

그런 여론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의 속성이기도 하다. 자기가 자기 이익과 만족을 위해 쓸 최종 결정권이 있는데 자기가 불편한 결정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공감과 이해와 존중의 영역이 분명이 있음에도.

힘은 힘을 쓴다. 권력은 최종 자기가 좋은 선택을 한다. 그러한 황량함에 위대함은 없다.

(*9월 6일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나는 아침의 추방 냄새를 사랑한다’라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장면과 대사를 페러디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대사, ‘나는 아침의 네이팜 냄새를 사랑한다’를 변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문의 ‘아침 냄새’는 여기서 차용하였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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