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계획을 짜고 당일은 정규 일정과 아담한 규모의 손님을 맞았다. 손님도 맛난 반찬을 해왔고, 나도 손님 가는 길에 내가 만든 산적과 큼지막한 조기 한 마리를 줘 보내니 마음이 흐뭇했다.
사실 생선구이와 산적은 연기도 많이 나고 조리 후 주변이 찐득해지기 때문에 음식 만든 후 청소가 더 문제이다. 음식을 먹는 동안 주방 쪽을 바라보니 후드가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전부터 필터도 갈고 주변 기름기를 이렇게 저렇게 해봤지만, 결국은 주방 후드를 교체해야 해결될 것 같았다.
명절 당일, 자주 뜨던 생활 서비스 사이트에 주방 후드 교체 설치 내용을 올렸다. 명절이니 누가 보랴 싶었다. 무슨 채팅도 아닌데 바로, 견적과 내용이 올라왔다. 제품 설명, 가격, 연락처, 업자의 경력, 사업 장소, 고객들의 평가점수, 심지어 어떤 분은 본인의 프로필에 학력과 졸업 연도까지 올렸다.
너무 상세한 설명에 압도되어서 조용히 숨죽이며, 그래도 추석 당일은 너무하고, 며칠 지나서 답변해야지 싶었다. 하루이틀 지나니, 유사한 업종의 견적서가 잇달았다.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올린 제품의 가격과 특징도 봐야 하고, 무슨 논문 쓰는 것도 아닌데 각 업체의 장소, 추천 모델, 고객의 방대한 리뷰까지 훑어보다 보니, 고민이 깊어진다.
드디어 마음으로 정한 명절 2일이 지나고 3일째에 가장 가까운 업체를 택해 답을 했다. ‘안녕하세요? 주방 후드 교체 되세요?’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주는 아니고 다음 월요일부터 날짜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웬일인지 명절 바로 답해준 첫 번째 분은 좀 더 빨리할 수 있을 것 같아, 가까운 곳의 답변을 보류하고 지역은 조금 멀지만, 첫 번째 바로 답해준 분에게 채팅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주방 후드 설치 가능할까요?’ 역시 내 느낌이 맞았다. 그분은 ‘네, 내일 오전 방문하겠습니다. 주소 주세요’라는 답변을 보냈다. 나는 주소를 보내고 그분은 공식적으로는 명절 연휴 기간이지만 바로 오전 10시에 집 문 앞에서 벨을 눌렀다. 견적서에 보낸 그 상표와 규격의 주방 후드를 가지고.
그는 뚝딱뚝딱 예쁜 주방 후드를 바로 교체하고, 헐고 찐득한 우리 집에서 나온 주방 후드를 새 주방 후드를 꺼냈던 포장 상자에 넣어 수거해 갔다. 계좌이체하고 나니 상황 종료.
‘그곳에서 떠난 것이에요?’ ‘네~’ ‘먼 데서 이렇게 오전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니, ‘휴일 기간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서 쉽게 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참, ‘당근 (지역 마켓)’도 아니고, ‘로켓 배송 (택배) ’도 아니고 생활 서비스의 기술과 질이 이렇게 편리한 나라가 이 지구상에 있을까? 나도 수십 년 한국에 살지만 매일매일 놀란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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