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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11/18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천국에서 지옥

‘한국은 천국 중의 천국이다’라고 말하는 어떤 이주민 동영상을 보았다. 나 또한 오늘의 한국이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달 캄보디아에서의 한국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취업 사기 사건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쏟아지는 관련 기사를 보면서 오늘의 청년세대 사정에 당황하며 생각에 잠긴다. 한국이 그들에게는 ‘헬(조선)’이었고 먼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탈 정도로 이‘탈’(조선)이 필요했을까?


2016년 다녀온 캄보디아 여행이 생각난다. 그때 기행문에는 적을 수 없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그중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나는 여행을 주로 자유여행으로 했지만, 동남아는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상품으로 가곤 했다. 

그래서 단체로 전세 버스를 타고 가이드를 따라 관광지에 갔다가, 또 무슨 여행과 상관없는 제품을 파는 쇼핑처에 들렀다가, 중간중간 내리고 둘러보고 다시 여행하는 독특한 패키지여행 방식에 이미 익숙했다.

한번은 친한 친지가 함께 캄보디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어떤 곳이길래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것을 계기로 기회가 되었을 때 캄보디아 단체 투어를 예약하였다. 앙코르와트를 보는 것이 이 여행의 핵심이었다. 

그러다보니 수도나 발전된 지역은 볼 기회가 없이 외진 곳을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다. 중국이나 태국 같은 때는 여행객을 위한 관광지나 식당이 주로 현지 업자들의 노선으로 구성되었다면 캄보디아는 한국인이 독립적으로 일정을 주도하고 쇼핑처나 식당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것 같았다. 

영어가 통하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는 캄보디아 말을 모르니, 일행은 가이드와 관광버스에 모든 일정을 의존하였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때그때 가이드에 집중했다. 우리 일행이 어떤 이동 수단을 탔을 때 고사리처럼 가는 손을 가진 어린아이들이 따라와 어깨를 주물러 주고 팁을 줘야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안 보이다 많이 보이다가 했는데 아무래도 아동들에게 마음이 쓰였다. 처음 가이드 말이, 유난히 선한 심성의 현지인인데, 어떻게 킬링필드라는 수백만 명 단위의 사상자를 냈는지 인류학적으로 연구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란 상황만 바뀌면 온갖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과연 연구할 정도로 모를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캄보디아 입국하면 공항에서 도장을 받는데 웃돈을 줘야 한다고 해서, 나는 서울의 캄보디아 대사관에 직접 가서 먼저 입국 비자를 받았던 생각이 난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공포의 기억: 그 투어 일정에 포함되어 있던 한 방문지는 유골을 쌓아놓은, 마주하기 어려운 비극적 구간이기도 했다.

또한 어디서 배를 타고 가면 수상(水上)에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옵션이 있었다. 나는 옵션은 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여행 때처럼 버스 안이나 근처 적당한 장소에서 기다리게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입장료를 내는 곳이 있었고 어찌 된 이유인지 나까지도 인원에 포함하여 입장권을 받고 통과하여 일행과 무리 지어 이윽고 사방이 늪인 덱(deck)에 이르렀다. (아마 강일 수도 있는데, 늪의 느낌) 그곳에 작은 배들이 있었고 투어 일행은 10대로 보이는 노를 잡고 있는 청년들의 안내에 따라 삼삼오오 배를 타고 수상 거주지를 방문하러 떠났다.

덱은 관광객과 일꾼이 섞여 북적이고 산만했다. 우리 팀 일행은 모두 배를 타고 멀어졌고, 덱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는 혼자 남게 되었다. 가이드가 사라졌다. 나는 덱 가운데 있었고 사방은 물. 그 덱을 지키던 캄보디아 10대들과 몇몇 청년들, 그중 연장자는 멀리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둑판 위에 누군가 바둑알을 딱딱하고 놓는 소리가 덱 전체를 울렸다. 갑작스러운 적막에 모두가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나는 현지인에 둘러싸여 늪 같은 강 위에 떠 있는 유일한 외부인이었다. 숨 막히는 상황이었다. 

둘러보면서 ‘우리 가이드 어디 갔어요?’ ‘여기에 콜라 팔아요?’라고 그들에게 접근하다간, 물론 그들은 영어를 알아듣지도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은 천지지간의 균형을 깨는 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콜라를 먹고 싶었으나 갑작스러운 적막에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나는 내 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그 상황에서 애국가를 부를 수도 찬송가를 부를 수도 없어서 대학 다닐 때 동아리 회가를 나지막이 불렀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외친다~
인성의 참됨에 영원한 기대걸고~
새로운 윤리의 창조에 앞장서며~
온 누리의 문화의 향상을 이룩하리라~
오너라 모여라~ 우리 함께 손을 잡고~
불타는 정열로 가시밭길 헤치고~
아~아~ 휴머니즘 휴머니즘의 꽃을 피우자~’

몇 번을 불렀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때 신안군에서 충격적인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공포는 말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가이드가 갑자기 나타나도, 나타나지 않아도 미스터리였다. 그렇게 나와 덱에 남은 캄보디아 인원과의 긴장도 긴가민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을 때쯤 우리 일행이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덱에 먼저 나타난 것은 다음 팀 한국 단체 여행객이었다.


나는 그중 가장 먼저 덱에 오른 아줌마 한 명을 잡고, ‘나 그동안 혼자 있어서 너무 무서웠어요~’ 라고 뜬금없는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 우리 일행이 하나하나 배를 타고 덱으로 나타났다. 그제야 어디선가 가이드 옷 색깔이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나는 투어 기간을 통해 가깝게 지낸 여자 일행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이드에게 이 상황을 따질까? 했지만, 즐겁자고 온 패키지여행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따지고 그런다는 것이 민폐인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그런 상황을 만든 가이드와 관광 일정이라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를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와서 한국에 돌아와 나는 캄보디아로 가이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고 ‘전화 끊어라.’고 했다.

아무튼 공포의 시간은 있었으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니 어디다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그 시간이 떠올라 한밤중에 여행사 게시판에 글을 썼다가, 괜히 또 원한 살 것 같아서 글을 바로 지우기도 했다.

한국인 청년을 유혹하는 고소득 캄보디아행 구인 광고: 항공권과 숙식비, 초기 정착금까지 지원하며 몸만 오면 된다고 유인한다, 공항에서 여권과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중간에 지인은 사라진다. 

어떤 이는 쇠창살이 쳐진 숙소에 감금되어 사칭 대본을 암기하고 감시와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내가 잠시 그렇게 공포스러웠는데, 소지품을 뺏기고 최초의 지인이 사라지고 그런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안 간다.

취업 사기에 연루되어 캄보디아로부터 한국으로 송환된 청년 구직자들은 이제 한국에서 정직하게 살아낼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범죄로 얻어진 일시적 탈피로 인생이 행복해질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모처럼 찬란한 이 시대 한국에서 청년이 행복하지 않다면 누가 대신 행복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경로를 수정해야 할 것일지 돌아본다. 그 길에 개인은 터진 틈을 한 땀 한 땀 메우며 성장과 행복으로 채워 나가는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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