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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9/27  조이시애틀뉴스
[염승찬의 등반기] 베이커산 노스 릿지


태평양 연안인 시애틀 지역 여름 날씨는 비 한방울 보기 드문 땡볕에 맑은 하늘이다. 미 서부 한여름 햇볕에 열기는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시애틀을 지나 캐나다 밴쿠버까지 태평양을 따라 남북을 한줄로 연결한 5번 고속도로는 햇볕에 상한 아스콘 도로 포장의 대부분을 콘크리트로 교체 하느라 공사가 연중 끝나질 않는다.


시애틀 도심에서 차로 세시간 북동쪽에 위치한 베이커산은 높이가 3286미터의 고산이다. 시애틀 보다는 캐나다 밴쿠버 도심에서 남쪽으로 더 근사하게 조망되는 만년설과 빙하를 머리에 언고 있는 사철 하얀 설산이다.  


마운트 베이커는 지난 2013년 가을 노멀 루트를 통하여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는 정배, 재희와 알파인 클라이밍 루트인 노스릿지를 등반 하기로 계획하였다.



베이커산 노스 릿지는 수목 한계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콜멘 빙하를 가로질러 루즈벨트 빙하의 수많은 크레바스를 통과해야 하고 해발고도 3000미터 정상 빙하지역은 약 25미터의 수직 빙벽등반을 해서 돌파해야 하는 알파인등반 루트로 미 전역은 물론 캐나다의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고전등반 루트다.


특히 베이커산은 입산 허가를 등반 신고만 하면 되고 등반 퍼밋에 따른 입산료도 없는 무료 등반 고산이라 전문산악 클라이머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시애틀 에서 두시간 거리 작은 마을 글라시아(빙하)에 베이커 산악관리사무소가 있다. 이지역 특성상 오래전 벌목을 통하여 먹고 살었다는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웃통을 벗어 던지고 도끼를 쥔 벌목공의 청동 동상과 지름이 약 2미터 50센티에 가까운 통나무를 절단해서 산악관리사무소 앞에 기념으로 설치하였다.


친절한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등반대원. 장비목록 및 연락처. 등반루트 및 하산일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입산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행정절차는 끝이다. 사무소 직원은 등반하고 내려오면 입산 신고한 서류에 내려왔다는 싸인을 꼭하고 가라고 일러준다.



재희가 입산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우리는 산에 들어가기 전 사무소 구내의 마지막 문명 화장실을 들렸다 바로 출발하였다.


산악 관리사우소에서 출발해 5분. 일반 도로를 벗어나 포장과 비포장이 제멋대로인 39번 산판도로를 14킬로미터 정도 흔들리는 차를 타고 올라가면 산행출발 어프로치 시작점인 헬리트룹 릿지 트레일 헤드가 나온다.


베이커 노스릿지 등반루트는 베이커 정상 에서 북쪽으로 가지쳐 내려온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콜멘 빙하, 동쪽 으로는 루즈벨트 빙하를 양 옆에 날개로 달고 있다. 콜멘이나 루즈벨트 빙하는 그동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많이 녹아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의 면적 크기 비교를 쉽게 해보면 콜멘 빙하는 시애틀 다운타운 보다 크고 루즈벨트 빙하는 벨뷰 다운타운만하다.


이 두곳의 빙하지역을 통과해서 노스릿지를 등반 하기 위하여 나는 1박2일 일정을 계획하였고 콜멘빙하 상부 2700미터 지역에서 비박(빙하위노숙)하고 노스릿지를 통과하여 정상으로 올라갔다. 노멀루트인 로맴 월 릿지로 내려오기로 등반 계획을 잡었다.



7월 3일 오전에 시애틀을 출발했기에 다음날인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 공휴일이라 주차 자리가 있을까? 걱정하며 올라온 헬리트룹 릿지 등산로 입구는 주차공간도 여유가 있고 그리 붐비지 않는다.


30여대의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는 이곳은 여름이 시작되는 주말이면 눈이 와서 자동차가 올라오지 못하는 가을까지 일반 하이커들도 가벼운 배낭 차림에 서너시간 걸으며 발품을 팔고, 2000미터 고지대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팀버라인 초원에 널린 야생화를 보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선 멋진 설산을 조망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척이나 붐비는 시애틀 북쪽에서는 이름값하는 하이킹 트레일 헤드이다.


노스릿지 등반을 위해 빙벽 장비, 클라이밍 장비, 비박 장비에 1박2일 식량까지 담은 배낭은 솔찬히 무게감이 있다. 그러나 발걸음은 가볍다.


언제나 그랫듯이 처음 등반의 시작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있어 약간의 흥분감으로 조급함과 함께 호기심에 들떠 가벼운 마음이 된다.


잘 정비된 트레일을 천천히 걸어 오르며 이미 다 지나간 사건부터.. 오지 않을 미래에 쓸데없는 염려까지 뒤엉켜저 걸으며 머릿속은 온통 카오스다. 우주 코스모스가 신의 예정된 질서대로 운행된다면 내 머릿 속의 혼돈 카오스는 꿈꾸며 계획한 산악등반 이라는 희망으로 순서가 진행된다.



트레일 뒤쪽에서 왁자지껄 맑은 고음에 영어회화 다이얼로그가 들려온다. 새소리 마냥 흥겨운 소란이다. 한떼의 청소년들이 반바지에 운동화와 샌들, 슬리퍼 차림으로 트레일을 메우고 올라온다. 엇그제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3000미터 넘는 설산의 중턱까지 저희들끼리 소풍을 나온 것이다.
 

내가 고국의 산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웃고 떠들며 산을 오르던 것을 본 것이 어느때던가? 아주 아주 오래전 수학여행온 교복 입은 학생들이 설악산 흔들바위가 정말로 흔들리냐고 웃고 떠들며 계조암을 오르던 기억은 있지만. 자유복장에 유쾌한 청소년들을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바람이 몰아주어 구름과 안개 개스가 밀려가고 노스릿지 정상부의 부드러운 궁형이 보이길 시작한다. 빙하가 녹아 바위와 자갈 모래가 드러나 뒤석인 모레인 지대가 군데 군데 형성 되었고 눈 비탈길이나 마찬가지로 한발 올라서면 두발 내려 밀리는 모레인 지대를 치고 올라 콜멘 빙하로 들어섰다.


등반장비를 챙겨입는다. 이제부터 서너시간은 돌고 돌아 벌어진 크레바스를 피하고 넘어 2700여미터 지역으로 진출하여 해지기 전에 적당한 하루저녁 노숙할 비박터를 찾어 잠잘 자리를 만들 요량이다.


글/사진 염승찬 산악문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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