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레이크유니언과 포티지베이 호숫가에서 나무 선착장을 따라 걸으면 물 위에 나란히 떠 있는 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오두막부터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현대식 다층 주택까지, 시애틀의 수상주택은 도시의 역사와 독특한 생활문화를 간직한 주거공간이다.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시애틀의 수상주택은 레이크유니언의 이스트레이크·웨스트레이크·노스레이크와 워싱턴대 인근 포티지베이 등 네 지역에 모여 있다. 총 70개 선착장을 중심으로 507채가 자리하고 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학자 애덤 우그에 따르면 1880년대 초기 수상 건축물은 벌목 노동자들의 숙소와 취사장으로 사용됐다. 폐목재로 지은 건물을 커다란 삼나무 통나무로 만든 뗏목 위에 띄우는 단순한 형태였다.
이후 다양한 계층이 물 위에 터전을 잡으면서 수상주택 문화가 형성됐다. 1920년대 금주법 시절에는 일부가 밀주 제조와 불법 주점의 공간으로 쓰이기도 했다. 당시 레이크워싱턴의 매디슨파크 인근에는 부유층의 여름 별장으로 이용되는 비교적 크고 튼튼한 수상주택도 있었다.
1930년대 시애틀의 수상주택은 2,000채를 넘었으며, 일부 추산으로는 3,000채에 달했다. 그러나 규제와 입지 제한이 강화되면서 1960년대 초에는 1,000채 미만으로 줄었다. 현재 레이크워싱턴에는 수상주택이 남아 있지 않다.
수상주택 주민들이 정착 기반을 지키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시 당국이 수상주택을 도시 미관과 위생 문제의 대상으로 여기자 주민들은 1962년 수상주택협회(FHA)를 결성했다. 협회는 1965년 자체 호숫가 하수도 시설을 완공해 주택들을 도시 기반시설에 연결했다.
오늘날 수상주택은 시의 공공설비에 연결돼 있다. 자체 오수 처리·저장 설비를 사용하는 거주용 보트나 바지선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시는 1970년대 각 주택이 수면을 차지하는 면적을 제한했고, 1987년에는 전체 수상주택 수를 500채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묶었다.
최근에는 새 주민들이 유입되고 노후 주택이 재건축되면서 디자인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적인 공간으로 변모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외벽과 독특한 장식, 카약과 패들보드가 놓인 데크 등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꼽는 매력은 도심 속 고요함과 가까운 이웃 관계다. 공동 선착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집 안에 들어서면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부터 이스트레이크 수상주택에 살고 있는 스태퍼드 그린 협회장은 선착장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비버나 물고기를 잡는 새를 만날 수 있다며, 밤 9시쯤이면 주변이 완전히 고요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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