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하기 위하여 한줄에 묶인다는 것은....여러 의미가 있다. 생명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강요된 의무. 같은 줄에 묶인 사람에 목숨과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는 책임. 그런 연유가 있어 나는 아무나 함부로 줄을 묶어 등반하지 않는다. 인연이라는 질긴줄도 함부로 묶지 않는다.
한줄에 엮였다는 생각을 하면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랫말이 떠오른다. 애절한 멜로디와 함께 보이는 철삿줄. 우리네 현대사가 몰아치듯 흘러가는 역동에 시대를 살어온 마음에 적폐일까?
노스릿지 등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낭을 몸에 메고 올라야 하기에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하여 60미터를 반으로 짜른 가벼운 7미리 로프를 가져왔다.
정배와 재희와 묶인 60 미터 7미리 로프는 오래전 지역 산악회원들과 함께 사망사고가 많아 많어 악명높은 오레곤주의 최고봉 마운트 후드 3426m를 가이드 등반가서 전문산악인 강인선형, 산악무용가 이자 웨이브 무용단장인 후배 진숙이에 도움으로 시애틀 신바람산악클럽 8명의 대원중 정상을 포기하지 않은 7명의 대원을 이끌고 안내하여 마운트 후드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정상에서 하산 하면서 유황냄새 지독한 데빌스키친 바로위 크레바스 벌어진 설벽에서 줄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하강 순서가 많이 밀려 60미터 로프를 반으로 잘라 이중 하강하며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날 시애틀에서온 등산객이 로프 없이 혼자 내려가다 눈얼어 붙은 비탈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는 헬기가 데빌스키친 위에 떠서 시신을 단가에 매달어 헬기로 끌어 올리는 것을 눈앞에 마주 바라보며 하강하였다. (그 등반 후 작성한 등반기록은 차후 "찰라에서 영원으로"란 등반 칼럼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아래로 내려 가야 한다는 중력의 법칙. 그 제도화 된 힘에 밀려 벌어지는지... 자율 이라는 스스로의 무게로 벌려 넓어지는지? 신설이 태양에 녹아내려 드러난 크레바스는 벌려진 크기부터 모양. 빛깔이 각양 각색이다.
우리가 빙하에 그 벌어진 틈을 건너 지나가는 것도 여러가지다. 옆으로 돌아가고, 좁으면 건너뛰고.. 멀리서부터 피해 가고.. 앞장선 선두 리딩은 잘 보이지 않기에 멀찌기 뒤에선 사람이 잘 운전 해야 한다. 상당한 넓이에 스노우브릿지를 건넌다.
덩치가 커 무게감 있는 재희와 정배는 스노우브릿지가 무너질까봐 신경이 곤두서는 눈치다. 뒤에서 소리질러준다 "재희야 안전하게 잡어 줄테니 조심해서 건너가.."
파란 하늘에 뜨거운 해는 아직도 하늘 중심에 약간만 빗겨나 있었지만 빙하 지역의 널직히 평평한 곳을 만나 이제 그만 오르고 빙하 위에 자리펴 노숙하며 비박하기로 한다. 시간을 보니 오후 6시가 지났지만 사방은 한여름 에치마트 주차장의 오후 2시 마냥 뜨거운 햇볕이 찬란하다.
눈삽이 없어 크렘폰 신은 큰발을 흔들어 잘 자리를 만든다. 눈을 녹여 식수를 만들고, 작은 양주병을 꺼내들고 조심스럽게 지난 세월을 마신다. 뱃속에서 가느다란 회한이 열기되어 목구멍부터 온몸을 달군다.
먼산 아래로 지는해는 아름답지만, 한낮의 지루함이 끝나 가기에 둥근해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산마루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 서쪽 하늘은 서서히 황금 호수로 변해가고 있다.
하늘 가장자리 넓게 차지한 골들 레이크(Golden Lake)의 물빛은 반은 피빛 이고 반은 금빛이다. 내일의 희망은 금빛이 되고, 오늘의 절망은 피빛이 되는 것이다. 그리움에 아픈 가슴이 차오르며, 어둠이 밀어 내리는 지는 해는 찬란했던 청춘이 세월이 감어 가버리듯 남은 금빛살을 다 녹여 버리고 가만히 없어진다.
밤의 주인 어둠이 들어선 것이다. 밤의 주인 어둠은 지혜와 정의와 진실과 사랑을 조각내어 거짓을 싸는 퀼트보자기로 만든다. 거짓은 늘 화려함에 싸여있다.
한밤 내내 냉기와 선잠이 사투를 벌이며 비박쌕 안에서 투쟁한다. 냉기와 선잠에 다툼은 새날 밝음이 다가와서 화해 시킨다. 그 밝음과 함께 시간은 사실을 전한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시간이 말하는 진실이다.
우리가 남긴 빙하위 안전한 족적을 따라 미국 젊은 클라이머 두명이 서로가 줄을 묶어 안자일렌을 하고 우리들의 비박지로 올라선다.
저아래 야생화가 피기 시작한 2000미터 지역의 노멀루트 베이스 캠프서 자고 첫새벽에 일찍 올라온 것이다. 굿모닝 맑은 소리내며 발걸음 가볍게 우리를 지나쳐간다. 저들도 노스릿지 우리와 같은 곳을 가는 것이다.
냉기로 식은 몸은 애벌래의 꾸물거림이 살어나게 한다. 출발하려고 등반 장비를 다 차려 입었는데, 정배는 버리고 갈것이 왔다고 한다. 다시 잠시 출발을 멈춘다. 흐리는 물소리 들리는 크레버스 찾아 옆에 가서 밑으로 버릴 것은 버리라고. 너까지 버리면 않된다고 일러준다.
글/사진 염승찬 산악문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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