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의 임금 투명성법이 시행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법 적용과 집행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거세다. 남녀 간 임금 격차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이 법은 고용주가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와 복리후생 정보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과 의회의 개정, 잇따른 소송이 맞물리면서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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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투명성법은 2022년 주 의회를 가까스로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됐다. 법은 직원 15명 이상 기업에 적용되며,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와 복리후생 내용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임금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성은 남성 대비 평균 83%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워싱턴주 여성 근로자는 7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가 첫 급여에서 시작해 경력 내내 누적되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애틀의 소프트웨어 기업 신디오(Syndio)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워싱턴은 이미 ‘급여 이력 질문 금지법’ 등 기존의 임금 형평성 정책 덕분에 전국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성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은 근로자가 임금 범위가 포함되지 않은 채용 공고에 지원할 경우,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구직자 손을 들어줄 경우, 최대 5,000달러의 손해배상과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시행 직후부터 수십 건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일부 로펌과 구직자가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에서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배상금을 노린 ‘소송 산업(cottage industry)’이 생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노동자 권익을 대변해온 티모시 에머리 변호사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기업의 불법을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 의회는 올해 7월 법을 개정해 고용주가 잘못된 채용 공고를 낼 경우, 최대 5일간 수정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 내 오류를 바로잡으면 고소당하지 않는다.
경제계는 이를 환영했다. 시애틀의 기업 법률 자문 변호사 아담 판크라츠는 “단순 실수로 인한 소송을 줄이고, 구직자도 결국 급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고용주와 구직자 모두에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에머리 변호사는 “법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워싱턴주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달 초 워싱턴주 대법원은 “지원자가 실제 구직 의도가 있는 ‘진정한(bona fide)’ 지원자일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즉, 채용 공고에 임금 정보가 빠져 있다면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노동자의 권리를 지킨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지만, 경영계는 “법의 현실적 목적을 외면한 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주는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등과 함께 임금 투명성 법제를 선도하는 주 중 하나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소송이 급증하고, 의회와 법원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기업과 구직자 모두 혼란에 빠져 있다.
워싱턴대학(UW) 경영대학 데이비드 탄 교수는 “이 법의 진정한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별 임금 격차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 장기적인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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