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에 대해 파악하려면 직원들이 경영진이나 소유주에게 충성하려 하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원이 충성할 대상은 고객이건만 경영진을 두려워하고 상사에게 최우선 복종을 하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가 여전히 많다.
충성심은 윗사람을 존경하는 문화적 관습에 기인하지만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독특한 역학적 요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기업이 생존하는 이유는 고객이며 임직원이 왕으로 삼아야 할 대상 역시 언제나 고객이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일컫는 약칭은 'LUV'다. 발음은 '러브'. 기업의 경영 방침은 즐겁다는 뜻의 'Fun'이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고객을 정말로 가족처럼 대하라고 교육받는다. 형식적인 사내 구조와 위계질서도 없다.
그들은 고객이 미소를 짓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직원을 교육시킨다. 발권 창구의 직원은 환한 얼굴로 오늘의 안부를 묻는다.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안전 관련 주의 사항을 코믹하면서도 위트있게 전달함으로써 비행에 따른 긴장감을 풀어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의 한 도시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내 친구는 LA공항에서 프론티어 항공에 탑승했다. 친구가 탄 비행기는 거의 3시간 동안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에서 대기하며 자욱한 연기가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여행자에게는 악몽이다.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내에 갇혔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수없이 들었다. 식음료 서비스도 끝났고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는다. 폐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승객도 나타났다고 한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을 들은 승객들은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결편 비행기를 타지 못해 결혼식이나 중요한 회의를 놓치게 되었다는 하소연은 사소한 푸념에 불과했다. 이처럼 혈압이 오르는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 승객들은 다시는 그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론티어 항공기 안에 갇혔던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는 실로 놀라왔다.
"살면서 그렇게 즐거웠던 때가 있었나 싶더라."
나는 의아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승무원들이 스탠드업 코미디언 같았어. 음료수는 무료였고. 승객은 1달러짜리 지폐에 자기 이름을 써서 승무원이 봉투를 들고 지나갈 때 그 안에 넣었어. 그렇게 313명에게서 313달러를 모아 복권 추첨을 한 거지. 승무원이 그중 한 장을 뽑아서 '행운의 당첨자는 존 스미스 씨입니다!"라고 외치자 모두가 잔을 들어 좁은 복도를 달려가는 스미스 씨를 축하해 주었어."
그리고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행기 안이 점점 커다란 파티장처럼 변했다니까."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즉흥적이 재치와 유머 감각을 발휘하라는 내용을 위기관리 매뉴얼에 포함시켜 실제 상황에서 멋지게 적용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직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행동 요령이 담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능동적인 훈련을 수시로 반복해야 하며, 위기가 발생할때 주도적으로 나서서 수습할 대응팀도 준비해야 한다.
십여 만 대의 비행기가 매일 전 세계 상공을 떠다니고 있다. 온통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일지라도 매사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좋은 결정의 핵심은 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결정에 대한 이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필요하며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해한 뒤, 이러한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역시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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