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독립을 선언하기 직전인 1942년, 인도의 사업가이자 최대 부호인 비를라 가운은 인도 최초의 자동차 제조 기업인 힌두스탄 모터스를 설립했다. 영국의 모리스 옥스퍼드 승용차를 바탕으로 차량을 생산한 힌두스탄 모터스는 1958년 이차에 앰배서더라는 이름을 붙여 인도 시장에 재출시했으며, 이후 40년 넘게 동일한 차를 생산했다. 이 기간 동안 고객의 니즈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차량의 디자인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앰배서더는 꿈의 자동차가 아니었다. 인도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 인디아>의 편집장은 "인도의 '대단한' 국민차를 위한 묘비명"이라는 글로 앰배서더를 비꼬았다.
"핸들은 돌리는데 삼두근이 필요할 정도로 뻑뻑하다. 부러질 듯 가냘픈 기어를 잡고 변속이라도 할라치면 외과 의사처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며, 브레이크를 밟으려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야 한다."
앰배서더와 관련된 농담은 이것 말고도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담은 "앰배서더에서 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경적뿐이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경제 자유화를 선언하고 혁신을 장려하면서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자 소비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앰배서더를 떠났다. 2005년, 인도 총리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가 앰배서더 차량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뒷문이 양쪽 다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총리는 외교관과 VIP 귀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자리로 엉금엉금 기어가 변속장치를 넘어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날 저녁 총리의 전용 차량은 신형 BMW로 바뀌었다.
2002년, 애플이 뉴욕 소호에 첫번째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2001년에 이미 버지니아와 LA 근교 글렌데일에 오프라인 스토어가 문을 열었지만 제대로 된 정식 스토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도착해 보니 창문도 없는 구형 건물 2층에 자리한 스토어는 요즘처럼 정성 들여 꾸민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후 시간인데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방문객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애플 제품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직감했다. 바로 이거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가 애플의 모든 상품이나 기기와 마음대로 교류할 수 있는 쇼룸의 중요성을 간파한 후 쇼품 사업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전 세계 25개 국가에 위치한 506개의 화려한 오프라인 스토어가 애플 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직접 현장에 가서 느낀 바에 따르면, 초창기 애플 매장은 매출액만을 목표로 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고객에게 애플의 모든 상품과 기기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애플 시티즌을 확대하고자 한 전략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같은 방식이 연 매출 160억 달러라는 엄청난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이제 전 세계 기업이 애플 스토어를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컴캐스트의 익스피니티를 비롯해 심지어 테슬라까지도 애플의 사례를 따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전역에 있던 크고 작은 책방과 슈퍼마켓을 초토화했던 아마존이 몇 년 전부터 직접 책방을 개점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479개 체인을 소유한 홀푸드를 인수해 오프라인 사업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수집된 소비자 경험 자료를 통해 최적의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 점점 다시 부각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단기간 숫자로 나타나는 수익에 집착하며 생각의 전환을 주저하다가는 하루아침에 발 빠른 다른 기업에 잡아먹힐 수 있다. 멀리 보는 시각과 더불어 빠른 변화가 필요한 시대다. 이제 모든 기업은 변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적응할 것인가 퇴물이 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서 끝없는 성공 가도를 달리려면 고객의 경험과 피드백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이고 한발 앞선 혁신적인 경영에 돌입해야 한다.
//www.joyseattle.com/news/45965
관련기사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