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이전에 세워진 일본 회사 14곳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업종의 기업들로, 포도주 양조장도 있고 차(tea) 제조사와 한약방도 있다. 요식 숙박업체, 동전 주조창과 주물 공장, 술도가와 술집, 건설회사도 있다.
수백년 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남은 이 기업들은 대부분 가족 경영 체제다. 니시야마의 온천 게이운칸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이운칸은 705년에 세워진 온천장으로 세계적으로도 아주 오래된 기업 중 하나다. 이 가족 운영 기업은 놀랍게도 자그마치 1,300년 동안이나 이어지고 있다.
가업을 세운 후지와라 마히토는 일본 38대 천황 측근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야마나시 현 하야카와의 한 마을에 온천장을 지었다. 유명한 무사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업을 이루던 이곳은 52대를 이어갔고, 대를 거듭할수록 번성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직원이 제일 중요한 자원이죠. 가족같이 지내는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경영의 초점을 성장과 수익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에 맞춰온 게이운칸. 장수하는 기업의 비법은 지극히 단순한 것에 있었다.
일본의 건설회사 곤구구미는 578년에 설립됐다. 사찰 건축에 집중했던 이 공룡 기업은 1,428년만인 2006년에 파산하게 되는데, 장수 기업의 가장 중요한 법칙 한 가지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사찰 건축으로 사업을 시작한 곤고구미는 상업 건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 힘든 시기에는 심지어 관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곤고구미는 14세기 내내 번성했지만 이 시기에 지나친 성장과 확장을 추구했고,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아 부동산 투자에까지 진출했다. 1992년부터 1993년의 경기 침체기에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의 가치도 곤두박질쳤다.
1998년 무렵부터 사찰 건축 수요가 급감했고 2006년에 이르자 자생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기업은 막대한 빚 때문에 결국 다카마쓰 건설에 인수되고 말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은 직원 수가 대부분 300명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성장이나 수익에 초점을 맞춰 몸집을 불리는 대신, 적정 인원으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 개개인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영속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산은 '성장'이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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