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편 및 지출 삭감 법안의 핵심이 12일 밤 공개됐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 법안에서 향후 10년간 총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메디케이드를 중심으로 최소 8800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이 법안은 트럼프의 첫 임기였던 2017년,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했던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건강보험 관련 정치적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당시 공화당의 시도는 실패로 끝난 바 있다.
공화당은 새로운 근로 요건 및 자격 요건을 통해 “낭비, 사기, 남용”을 근절하겠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해당 조치로 수백만 명이 의료보험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비당파적 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 동안 860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렛 거스리(켄터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러한 예산 절감은 트럼프 세금 감면을 갱신하고, 중산층 근로 가정을 위한 공화당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의 프랭크 팔론(뉴저지) 의원은 “이 법안은 오바마케어를 사실상 폐지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며 “병원이 문을 닫고, 노인들은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며, 수백만 명의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원 공화당은 메모리얼 데이 이전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목표에 따라 이번 주부터 관련 위원회별로 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공개 청문회를 시작한다.
정치적 전망은 불확실하다. 12명 이상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자국민이 의존하는 건강보험 프로그램의 삭감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본인도 1기 당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메디케이드 삭감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원 내 11개 위원회가 각자 담당한 예산 삭감안을 통합해 약 1조5000억 달러의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중 에너지·상무 위원회가 맡은 8800억 달러의 절감안이 핵심이다. 이 중 약 7150억 달러는 의료 관련 삭감에서 충당된다.
법안은 메디케이드와 오바마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메디케이드를 받기 위해서는 18세 이상 건강한 성인 비양육자의 경우 월 최소 80시간의 근로, 교육 또는 봉사 활동을 해야 하며, 자격 증명을 연 1회에서 연 2회로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탈락하거나 번거로운 절차로 혜택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제공된 5% 연방 보조금 인센티브를 중단하고, 시민권 증빙이 없는 이민자에 대한 연방 지원도 금지된다. 메디케이드 재정 확보를 위한 일부 주의 ‘공급자세’(provider tax) 제도 역시 동결되며, 이에 따라 연방 정부의 추가 지원도 차단될 전망이다.
에너지 관련 조항은 분량이 적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서명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대폭 철회한다. 여기에는 청정에너지 대출 및 투자 프로그램 예산 철회, 천연가스 및 석유 파이프라인 개발 인허가 간소화 등이 포함된다. (기사제휴=보스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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