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너무 많은 가운데 놓치고 싶지 않은 음악은 조촐한 연주회 그 중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는 젊은 음악인들의 무료에 가까운 연주회이다.
대학소강당이나 교회, 혹은 박물관 정보를 둘러보면 그런 행사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올해는 그런 음악회 중에서 국악공연을 찾아 고정관객이 되어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관련 사이트를 둘러보니 염두해 두었던 소문난 공연은 그 주말에 없었고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맞는 날 생각에 근접한 공연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봄 시즌 연주회 <프리&프리>로 3월3일부터 5월27일까지 모두 25개 팀이 펼치는 72회의 우리음악즐기기 창작무대공연이었다.
우선 이 공연장은 창덕궁 건너편에 위치한 새로 지은 아담한 한옥건물 안에 있다. 요즘은 종종 상업공간에 한옥이 신축되는 것을 보는데 그 한옥이 완공되면 무슨 상점이 될지 아니면 공공시설이 될지 궁금해 하곤 했는데, 이곳은 국악전용 연주장이 되니 소극장으로서 위치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고 참 반가웠다.
이곳의 3월 공연은 무료공연도 있었고 또 이 <프리&프리>행사는 입장료가 4천~5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여 마음만 있으면 인사동이나 북촌을 건너 이 예쁜 새 한옥의 손님으로 살포시 들어와 앉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 중 3월 9일 저녁에 열린 프로젝트 ‘봄’ 팀의 ‘춘광사설’이란 공연을 관람하였다. 입장해보니 객석은 비록 140석으로 소규모였지만 가득 찼다.
나중에 사회를 맡은 해금 연주자 김보미씨는 자신들도 예상 못했는데 표가 매진되고 또 오늘같이 시내 교통상황이 좋지 않은 데도 모두 와서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가야금(허윤정), 생황(김효영), 해금(김보미), 피아노/작곡(박경훈)의 4사람 연주자들은 농익은 기량으로 꽉 짜인 듯하면서도 의외성의 선율을 빚어내며 관객들의 심성을 조용히 흔들어 주었다.
공연을 보다 보니 해금을 연주한 분은 전에 서울통신(2014년 11월28일자)에 소개한 적 있는, 국악기반 인디밴드, ‘잠비나이’의 해금연주자여서 더 반가웠다. 준비된 순서가 끝난 후 관객들은 앙콜을 청했고 연주자들은 앙콜이 나올지 몰랐다고 하지만 마치 준비한 것처럼 안정감을 가지고 다시 한번 아름다운 곡을 선사해 주었다.
새집 향기 나는 한옥에서 수준 높은 연주와 연주자의 겸손한 말씀을 들으니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은 훈훈하고 뿌듯하다. 사회자는 몇 번이나 말했다. 밖에 교통이 불편하니 조심해서 안녕히 가시라고.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바로 한 길에 깜깜한데 길이 막히고 차가 다니지 않아 노선버스를 탈 수 없었다. 그러나 정지된 차량들을 옆에 두고 조금 더 걸어가니 바로 불이 환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 다니는 지하철역이 나타났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교통정체 없이 바로 집으로 잘 돌아 올 수가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멀지 않는 구간마다 길의 밝기도 다르고 막히는 것도 다르고 차들도 다르고 교통정비의 긴장감도 다른데 또 모든 것이 이렇게 계획이 변경됨이 없이 계속되면서 일정들이 다음 날 또 또박또박 재깍재깍 진행될 수가 있는가.
3월 10일은 오전 11시에 마침 집에 손님이 오기로 했다. TV를 보고 있는데 그 손님이 11시에 오셨다. 손님은 할 일을 마치고 10분 있다가 나갔고, TV 중계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 하였다.
집을 나와 평소의 일정에서 잠시 비껴 남산에 올라 오랜 만에 산책을 하며 바람을 쐬었다. 여전히 관광버스가 꽤 있고, 여전히 연인들이 사랑의 자물쇠를 나무에 잠궈 놓는다.
자신의 일상을 잊고 외국인으로 관광 온 사람들이나 관광이 계속되는 것을 보는 그것이 일상이어서 확인이 새삼스런 지역의 주민들이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서로 계획했던 일을 방해 받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개인의 삶과 국가의 역사에 모든 것이기도 하다.
날은 따뜻해 올 것이고 <프리&프리> 전통예술공연은 예쁜 한옥음악당에서 계속 될 것이다. 어제(3월11일) 본 첼로연주회 공연에서는 ‘사랑가’를 부르는 국악인의 판소리에 앙상블을 이루던 첼리스트가 갑자기 음성을 내어 화답하였다.
서양악기 연주자는 연주 도중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필자의 상식이 깨졌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입견과 상식이 더 깨지고 새로 만들어 질 것인지 알 수 없는 가보지 않는 세상이 많이 남았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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