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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3/03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장소



서울 어디에서라도 눈을 들어 저 먼 곳을 바라보면 산이 보인다. 남산타워는 그래서 서울의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가 있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케이블카나 한강유람선을 한번도 못 타봤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제 여가문화가 연륜이 쌓여 국내외 가고 싶은 곳을 굳이 못 가 볼 이유는 점점 줄어든다.


서울 도심에서도 전국에 퍼져있는 명산의 기분을 느끼며 등반할 수 있는 산은 없을까? 조용한 진입로와 바위와 오솔길과 탁 트인 전경이 골고루 섞여있는 호젓한 산을 생활반경으로부터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추천해 달라고 지인에게 물으니, 인왕산과 안산을 추천한다.


인왕산은 힐끗 보니 삭막한 바위 산에다 진입구(進入口)도 정감 없는 회색 계단이었던 기억으로 마음이 가지 않았고, 안산은 도무지 어디 있단 말인가? 멀지 않다는데 과연 경기도에 있는 안산시도 아닌데 부근에 그 산이 실재했던 것인가? 이렇게 차일피일 등반을 미루다가 수성동 계곡으로 가는 길을 발견한 후로 두 산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인왕산 가는 길은 여기저기 많은데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수성동 계곡에서 인왕산 길로 연결되는 새로운 진입로를 찾았을 때 참 반가웠다. 수성동 계곡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 (1676~1759)의 산수화에도 나왔던 장소라고 하는데 그간 아파트에 가려 있다 2010년 이 지역의 노후 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생태 녹지 공간으로 복원되어 2012년 7월 준공되었다. 계곡의 진입로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돌다리가 원형 그대로 원위치에 통 돌로 보존되어 있어 이채롭다.


계곡을 지나서 인왕산 정상을 향해 가면서 중간에 석굴 암자도 들르고 약수도 마셨다. 서울의 산은 정말 약수가 가는 곳 마다 풍부하여 따로 물을 챙기지 않는 등반객에게 목을 축이기에 충분하다.


가파른 길을 지나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한 지점에서 건너편 산들과 길 아래 펼쳐진 서울 풍경을 보니까 왜 이런 곳을 이제야 왔을 까 싶게 너무 멋지고 상쾌하다. 인왕산 자체가 338m로 높지 않으니 마음만 먹으면 너무도 쉽게 갈 수 있는 데 이곳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전경(全景)은 가슴이 확 트이는 우월한 전망의 연속이다. 잘 챙겨 두었다가 좋아할 만한 친구가 오면 꼭 보여줘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장소이다.




인왕산 옆 또 하나의 멋지고 친근한 동네 산이 서대문구 안산이다. 새 절이라고 부르는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로부터 30분 정도 산길로 등반을 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높지 않은 296m이지만 가는 길 맞닥뜨린 조망이 온 보람을 충족 시킬 수 있게 갑자기 아름답다. 갔던 날은 인적이 드문 설날 오전이었는데 내려오는 중인 캐나다인 2명을 만났다. 이 근처에 사는데 아주 자주 온다고 한다.


안산의 정상에는 조선시대 통신수단인 봉수대가 복원되어 안산의 역사성을 새롭게 확인해 주고 있다. 정상에 오르기 전 무악산고개를 지날 때는 조선시대 호랑이가 출몰한 이야기에 대한 안내판을 보았다.


무악산고개가 무악재이고 안산은 무악으로도 불린다. 안산이 잠시 낯설었지만 무악산이라 하니 금방 친숙한 이름이다. 아시다시피 호랑이는 19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이고,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백호 수호랑이었기도 하다. (참고로 3월 9일 ~ 3월 18일까지 열리는 2018 평창페럴림픽(Paralympic Games)의 마스코트는 반달가슴곰인 반다비)


맹수가 이렇게 우리 생활주변에 가깝게 있었다니! 하지만 어디서나 그랬듯이 대형 포유류는 총을 가진 인간과 서식지를 공유하기는 불가능하고 인왕산 호랑이는 지금 여기저기 그림과 조각으로만 남았다. 참! 인왕산 바위에 새겨진 그림 속 호랑이는 어찌 그리 사람 옆에 친근한 눈동자를 가졌는지, 사람이 맹수와 친해보고자 하는 로망이 느껴진다. 


100년 전에는 무악재가 무척 험하고 무서운 고개였다는데 앞으로 100년 후에는 이 산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반드시 다가올 날이지만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에 여전히 남아 있을 이 산 줄기에서 한낱 행인으로 서서 건너편 산줄기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또 저 산과 이 산 사이에 터를 잡고 빼곡한 집들을 채운 이 도시를 느껴본다. 벌써 3월, 도심의 산행은 춥고도 따뜻하고 시원하고도 바람이 분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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