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니카라과와 서남미로 순회공연을 떠나는 날, 주일이다. 목사님이 문화선교의 중요성과 지난 동안 샛별이 다니며 겪었던 일에 대해 처음으로 설교를 하셨다. 성도들이 챙겨주는 정성의 헌금을 받으며, 지난 동안의 어려움에, 오늘의 감사로 목이 메인다.
어제도 밤을 새우고 아침에 두시간 자고 나왔으나 마음이 바쁘다. 짐정리에 야채밭 물주고, 닭들과 염소들을 돌아보고, 이제부터는 도서관 마무리 공사를 위해 도서관에 쌓인 엄청난 물건들을 모두 꺼내서 정리를 해야 한다.
높은 천정 벽을 막는 공사는 특히 어려워 공간을 깨끗히 비워야 한다며 어제 갑자기 연락을 해오지 않았나? 치우고 또 치우다 떠날 시간이 다가와 공항으로 향했다. 목사님은 기도를 끝내고 서둘러 강아지를 데리고 떠나셨고, 형탁이와 유현이 엄마가 어린 아들들을 보내며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셨다. 10년 된 강아지 토이는 내가 가방을 싸는 날이면 떠날 것을 알고 종일 나만 따라다닌다.
교회의 어려움으로 인해 3년 동안 해외 공연을 가지 못했던 것을 뒤 돌아보며 비행기 안에서 감사 기도를 했다.
지난 2월,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샛별이 만든 퓨젼국악을 한국의 프로 팀들이 한국과 여러나라 수교 기념 행사에서 공연한 것을 보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보다 섭섭한 마음이 앞섰다. ‘하나님, 우리도 본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적 행사에 나가고 싶어요’
한달이 지난 3월, 이상한 전화번호의 전화가 와서 받고 보니 주 니카라과 한국대사관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샛별 공연들을 보고 한국과 니카라과 우호증진을 위해 퓨젼 국악 공연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샛별을 초청하면 퓨젼국악은 물론, 무용과 풍물까지 다 합니다.” 여러차례 조정하여 10명이 가게 되었다. 샛별 단원들은 어릴때부터 무용, 가야금, 장고 뿐만이 아니라 피아노나 바이올린, 기타 등을 가르친 덕분에 퓨젼 국악 연주는 물론 편곡, 작곡을 하게 된 것이다.
감사 또 감사를 하며 LA공항에 내리자 고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애틀에서 연발한 알라스카 항공이 LA 공항에 늦게 도착했으니 터미널에 대지를 못해 1시간 가량 비행기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국제선은 빌딩이 달라 LA 공항에 내려서 밖으로 나와 달리고 달려서 에이비엔카 항공 데스크에 도착하자 비행기 출발시간 10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벌써 데스크는 문을 닫았고, 비행기 표를 받는다고 해도 다시 줄서서 검색하고 게이트까지 달려 가려면 30분도 모자랄 것이다.
2007년, 브라질과 파라과이로 공연을 갈 때도 LA공항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었다. 새벽 1시 30분, 직원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어떻게 니카라과 가는 연결편을 찾고 10명이나 자리가 있을지, 짐은 어디에 있단말인가?
단장인 시내와 프리셀라가 뛰어서 다른 건물에 있는 알라스카 항공으로 찾아 갔고, 남은 단원들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모두가 떠난 한적한 공항이 에어컨 때문에 춥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와서 먼지까지 일으켜 차라리 밖으로 나가자 한 밤인데도 후덥지근한 LA날씨가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기적처럼 오후 1시 30분에 니카라과로 떠나는 비행기에 10 좌석이 있어서 한 숨을 돌리자. 이제는 짐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하는데, 직원들이 퇴근을 해서 겨우 전화로 연결하면 무조건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니, 시내와 프리셀라는 알라스카 항공 데스크에서 몇 시간을 서서 실랑이를 하고 있단다.
지영이와 예린이는 택시를 타고 나가서 맥도날드를 사오고, 속은 타는데 배가 고팠는지 모두 잘 먹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새벽 5시 넘어서 짐들이 에이비엔카 항공으로 오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돈이 너무 아깝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단 한시간이라도 다리 뻗고 침대에 누워야 하기에 서둘러 셔틀을 타고 호텔을 찾아가 방을 배정했다. “무조건 3시간은 자고, 샤워해야 해!”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밥보다 잠이 중요했다.
11시에 호텔에서 떠나 다시 공항으로 나오는데 알라스카 항공에서 사과와 보상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좋은 식당에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샌드위치를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엘살바도르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그 비행기를 타고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 내린 시간은 밤 9시 30분. 대사관저 초청만찬과 밤에 화산 관광 계획은 물 건너 간 셈이다.
화산의 나라, 지진의 나라로 유명한 니카라과 공항에 내리자 공항 직원들이 '샛별 예술단' 피켓을 들고 있었고, 곧 대사관 직원들이 나와서 악기들 세관통과를 하는 동안 응접실에서 기다리며 6일 동안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야자수와 열대지방 꽃들이 만발한 호텔에 내리자 따뜻하고 촉촉한 밤날씨가 행복을 느끼게 한다. 방마다 부엌시설과 응접실이 딸려 있었고, 베란다 밖으로는 숲이 울창하다.
밤 11시인데 식당은 물론, 슈퍼까지 문을 닫았고 오로지 맥도날드만 열고 있다니 단원들에게 먹이지 않는 맥도날드를 어제 밤에 이어 매일 밤 먹는 셈이다. 그 좋은 열대 과일들이 지천에 깔려 있을터인데...
아침에 일어나자 시내와 조니엘이 택시를 타고 슈퍼를 찾아가 온갖 열대과일들과 계란을 잔뜩 사왔다. 대사관에서 보낸 30인승 버스를 타고 대사관을 가서 그동안 전화로만 대화를 나누었던 직원들을 만났다.
대사님을 만나보니, 17년 전에 시애틀 총영사관에 영사로 일을 하셨고, 참전용사 행사에서 샛별이 공연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번 행사에 샛별을 소개한 사람도 바로 대사님이셨던 것이다. 그때에 있었던 입양아들과 미국 엄마들 단원들 기억하고 계셨고, 여러 한인들의 안부도 물으시는데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국립극장인 루벤다리오 극장으로 가서 스태프들과 공연 미팅을 하며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는 대사관 인턴직원을 통해 통역을 하면서 미팅을 해야 했다. 1,200석 좌석의 4층으로 된 극장은 이태리 대리석과 화려한 샨들리에 등이 장충동 국립극장보다 잘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구석 구석 손을 대지 못해 후진국임을 보여주었다.
니카라과 최대 섬유 사업을 하는 신성에서 직원들이 나와 초대한 점심은 중국집이었고, 오랫만에 먹는 밥이기도 했지만 시애틀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진미였다. 주로 티셔츠를 만들어 남미와 세계로 나간다는데 니카라과 공장직원이 수 천명이라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랑스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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