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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2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쌀, 쌀밥, 집밥


한끼 식사의 최고봉은 역시 가족과 함께 하는 집밥일 것이다. 필자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 밥그릇을 공기가 아닌 사기 주발에 담아 먹고 있다.

 

그 주발의 크기는 2010년 시대에 맞게 사뭇 아담하다. 그런 밥그릇에 밥을 한 80% 담아 먹고 있는데, 한번은 집을 방문한 손님이 ‘그렇게 많이 먹어?’ 하는 통에 무안했던 적이 있다.

 

아니, 정식식사에 그 정도는 먹어줘야 상 차린 보람이 있는 것 아닌가? 아니란다. 요즘 주변, 특히 여성들의 식사량을 보면 작은 공기에 밥을 반이나 심지어 그 이하를 담아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2000년 전후로 급속 감소하였다.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조사에 의하면 1997년 1일 1인 당 쌀 소비량은 280.6g이었으나, 2016년에는 169.6g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의 한국요리 책을 보면, 1인분 쌀량은 150~200g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90g~120g을 사용한다. 2016년 수치를 적용하면 하루 170g의 쌀을 먹는 요즘 한국사람들은, 1끼 정도는 확실히 쌀밥을 먹지만 그 다음은 쌀밥을 먹지 않거나, 아니면 주식을 빵이나 다른 음식으로 대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TV 방송에서 어르신 토크쇼에서 봤는데, 어떤 엄마가 아들이 친구를 데려왔길래 호의로 밥을 그득 퍼줬더니 아들친구가, ‘너희 집은 세끼 밥을 한꺼번에 먹니?’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필자는 그 장면이 상상되며 어떻게 웃긴지 남에게 말하려다 말을 다 전하지 못할 정도로 웃음이 났고 그러다 눈꼬리에는 소금기까지 느껴졌다.그 TV 속 엄마도 이후 밥을 넘치게 푸는 습관을 억제했다고 하고, 필자 또한 어느새 밥그릇의 밥 푸는 량을 더 줄이게 되었다.



하지만 쌀의 섭취량은 줄어도 주식으로서 밥을 전혀 안 먹는 한국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금방 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먹으면 위가 따뜻해 지고 반찬 맛도 돋는다. 쌀은 죽을 쑤어 먹어도 몸이 안 좋을 때 기력을 회복해주고 속을 편하게 다스려 준다.


오랫동안 혼자 사는 한 이웃분은 자신을 위해 매끼 밥을 하기 싫다면서 떡을 해서 소량씩으로 나눠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매일 전자레인지에 녹여먹는다고 한다. 한 유명한 한국인 예술가는 오랜 외국생활 중에 늘 생쌀을 씹고 있었다는 목격담이 전해진다.


또 한국에서 콘서트를 장시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 중년 남자 가수는 살찌는 게 싫어서 집에 아예 쌀을 사놓지도 않고 밥도 해먹지 않는데, 콘서트를 앞두고는 2주 전부터 밥을 해서 먹는 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쌀의 소비량은 줄었어도 어쨌든 살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서는 고기나 빵이 아니고 최종 주식으로 쌀을 선택한다.


그래서 한끼의 집밥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 집밥이라 함은 구태의연하게 말해서 1년을 단위로 준비하는 장류나 젓갈이 집에 있어야 하고, 1달을 단위로 챙겨놓는 쌀, 잡곡, 양념, 건어물, 해조류 등이 있고, 1주 단위로는 김치류, 밑반찬이 조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일 밥을 하면서 반찬과 국류를 만들어서 그 집에서 먹고 자는 사람을 위해 그 집에 먹고 자는 사람이 만들어 차린 밥상이 집밥이다. 그 밥상은 오늘 밥을 먹을 사람이 어떤 일정을 가졌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아서 밥의 량과 음식의 간이 변하고 반찬의 종류와 배치가 달라진다.

 

마음으로 계산되어 손끝으로 전해지는 집밥의 상차림은 어떻게 보면 컴퓨터번역기로 번역되지 않는 외국어문장처럼 속뜻을 알고 통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전달되는 음식은 가족을 이어주는 핏줄처럼 진하게 서로를 결속시킨다. 그런 끝도 없는 일을 집에서 누가 하느냐가 문제다.



2006년 런던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시즌에 영국국적의 인도친구 K와 그녀의 백인 남자친구와 같이 런던 근교의 그녀 부모님 집에서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K는 1994년 인도에서 알게 되어 매년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 받는 사이였다. 모처럼 가정집에서 아침을 맞이하다 보니 나는 쌀밥이 먹고 싶어졌다. K를 바라보며 ‘밥이 있으면 나는 밥을 먹고 싶은데……’ 라고 해버렸다.


그런데 K가 마침 자기도 밥을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K와 나는 밥을 먹고 그녀의 정혼자는 식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이후 그들은 결혼했고 한동안 이메일로만 연락했는데 2014년에는 K로부터 우편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인생이란 때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이라며 K는 자신과 그가 더 이상 결혼해 있지 않다는 소식을 손글씨로 전해왔다.


인도에서 구내식당에서 한끼의 식사에 흰밥을 그득 담아 먹던 남자들의 식판이 떠오른다. 그것은 우리네 고봉밥과 같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부모님 계신 집에서 밥이 주식인 사람이 빵을 먹지는 않는 것이다. 밥. 쌀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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