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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07/07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라는 말을 실제 식탁에서 듣게 된 건 인도에서였다. ‘나는 에그테리언’이예요,’ 라고 같은 기숙사에 머물던 영국친구가 같이 식사를 하다 말했다. ‘그럼 생선은 먹어요?’ ‘네! 유제품은 먹어요.’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뭐든지 주는 대로 되는 대로 맛있게 먹고 살았던 나는 ‘이건 뭐지? ‘ 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유럽인끼리의 식탁대화에 관심을 가졌다.


채식이라면 인도에 요가하는 마른 사람들이나 사찰의 승려들을 연상했던 나는 유럽친구들이 일반인인데도 스스로 선택하여 채식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고 보니 어떤 영어서류 양식을 채울 때 육류에 대한 식사취향을 쓰는 칸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면서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거 같다. 초대받은 집에 가서 안주인이 정성껏 마련한 푹 고아 맛있게 양념이 밴 갈비찜을 본체만체 하거나, 엄마가 자취하는 자녀를 위해 애지중지 마련한 장조림을 매번 싫다 하는 것도, 식당가서 김치찌개 주문하면서 돼지고기만 빼달라고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오래 채식을 해온 주변 지인을 오랜 만에 만났는데 이제 다시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 ‘잘 됐다’ 싶었다. 신념도 좋지만 골고루 다양하게 먹어 튼튼해지고 환대에 부응하며 기쁨을 나누면서 살면 더 좋지 않나!


올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네셔날 상 (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韓江, 46)은 원로작가 한승원씨의 딸이다. 한승원작가가 유명한 만큼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최근까지 따라가지는 못했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어보니 아버지 보다 더 단단한 예술적인 내공을 보여줘 만만치 않은 문인가족력을 느끼게 하였다.



개인적으로 처음 이 책의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의 흥미를 끈 부분은 영국인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Deborah Smith, 29)이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친 그녀는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2010년부터 한국어를 독학하여 3년 만인 2013년에 채식주의자의 번역작업을 완성하여 2016년 5월맨부커 인터네셔널 상을 원작자와 공동수상한 것이다.


그녀의 이런 성취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강력한 동기부여와 문학적 감수성에서 가능한 것이었겠지만, 그래도 생소한 한국어를 20대에 새로 배워 그처럼 단기간에 인정받는 수준의 번역을 했다는 점은 이 앞 편 서울통신, 영어읽기에 대한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외국어 학습에서의 3년이란 소요기간, 학습자의 심리적 요인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스미스씨는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를 번역해서 올해 1월 영국에서 출간하였고, 지금도 계속 한국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고 한다. ‘채식주위자’는 현재 각 서점에서 6주 이상 베스트셀러로서 부동의 1위를 고수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문학상을 탔다고 하니, 어떤 작품인가 호기심으로 읽어봤고, 읽어보니 읽을 만 했다는 평가가 전해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필자도 채식주의자 첫 장을 읽고 마음 속 깊이 혼자 생각했던 것을 작가가 집어내어 햇볕에 펼쳐 놓고 그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보게 하는 억제된 힘과 부드러움의 정체를 제대로 보고 느끼게 해주는 것 같은 공감대를 느꼈다.


채식주의자를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소설 속 장면의 인물이 영화처럼 떠올라 내 마음대로 역할에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해보고 상상했는데 알고 보니 채식주의자는 이미 2009년 영화로 만들어져 2010년 상영되었었다. 비록 그때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외국의 유명 문학상을 받기 전에 이미 국내에서도 문단과 영화계에서는 인정을 받았던 원작이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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