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 주택시장에서 집값을 내리기보다 아예 시장에서 매물을 철회(delist) 하는 셀러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매물 철회 건수는 전년 대비 52% 증가, 8월에는 한때 72%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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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sting Courtesy of: MLS LogoNorthwest MLS / Coldwell Banker Danforth |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6% 증가)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보통 겨울 비수기를 앞두고 매물 철회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예년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다. 9월 한 달 동안 신규 매물 100건당 28건이 철회돼, 지난해 8월(16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팬데믹 시기에 확보한 초저금리 모기지(2~4%)를 꼽는다. 현재 주택 소유자의 약 70%가 5% 이하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의 평균 6.17%(프레디맥 기준) 금리 수준에서는 기존 대출을 포기하고 새로 집을 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리얼터닷컴의 제이크 크리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매물 철회는 거래 실패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현재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팔지 않아도 되는 집주인들이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리며 시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회가 늘고 있지만, 매물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주택 활성 매물(Active Listings)은 9월 기준 2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가 폭이 매달 둔화되며 공급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집값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8월 미국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옐레나 말레예프는 “3년 전 이웃이 집을 시세보다 10만 달러 더 받고 팔았다는 기억이 남아, 현실 시장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셀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마이애미가 신규 매물 100건당 철회 55건으로 가장 높았고, 휴스턴(40건), 탬파(33건) 순이었다. 내슈빌에서는 여름 이후 매물을 내렸다가 팔리지 않자 임대시장으로 돌리는 사례가 늘면서,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임대료가 안정세를 보이는 ‘뜻밖의 효과’도 나타났다.
내슈빌의 부동산 중개인 애슐리 루터는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세입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매물 철회가 오히려 임대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버티기 장세’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미 연준(Fed)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여유 있는 집주인들은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는 반면, 금전적 압박이 있는 가구들은 가격 인하나 매각을 피하기 어려운 ‘양극화된 주택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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