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재판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시애틀의 이민 판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수십 명의 판사를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전문직기술노조(IFPTE)에 따르면, 시애틀 이민 판사 수사나 레예스는 2년의 수습 기간을 거의 마치기 직전이던 지난 9월 19일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이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판사 해임 조치의 일환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83명 이상의 이민 판사가 해임됐고, 이 중 24명이 9월 한 달에만 포함됐다고 노조는 전했다. 또 약 60명은 압박 속에 자진 사퇴했거나 스스로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이민 판사는 600명 미만, 그러나 처리해야 할 미결 사건은 약 380만 건에 달한다.
노조 대표 매트 빅스는 “행정부가 판사들에게 사건을 조기 기각하거나 이민자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이에 반발해 많은 판사들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량 추방을 신속히 진행하려면 오히려 판사 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이미 일하고 있는 판사들을 해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연방 법무부는 이민 판사 제도를 관리하지만, 이들은 연방 사법부 소속이 아닌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다. 법무부는 지난 8월 내부 메모를 통해 “이민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법무부의 해석과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징계나 시정 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또 해당 메모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민 재판의 기준이 약화됐다”며 “현재 정부가 여러 시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스 노조 위원장은 “이번 해임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판사들을 겨냥한 표적 해임으로 보인다”며 “해임 통보는 대부분 즉각 효력을 가지며 별다른 이유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언론의 질의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이번에 해임된 레예스 판사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물로, 과거 이민변호사로 활동했다. 다수의 이민 판사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출신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그녀의 판결이 특별히 이민자에게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 기관인 TRAC 자료에 따르면, 레예스 판사는 재직 첫 해 약 71%의 망명 신청을 기각했으며, 이는 시애틀 이민법원 평균(약 70%) 수준으로, 전국 평균 기각률(57.7%)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미 의회가 7월 통과시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는 이민 판사 정원을 800명까지 확대하는 예산이 포함돼 있으나, 실제 인력 충원은 여전히 더디다.
행정부는 임시 조치로 군 법무관들을 임시 이민 판사로 훈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미 배치된 판사들을 잇따라 해임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민 재판은 수백만 명의 체류자와 가족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이지만, 최근의 대규모 해임은 그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애틀의 한 이민 변호사는 “이민 판사들이 행정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공정한 심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정치가 법정을 지배하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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