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할로윈 시즌을 맞아 워싱턴 전역 곳곳에서 호박밭, 유령의 집, 옥수수 미로 등이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평범한 할로윈 놀이 대신, 워싱턴주 곳곳에 전해 내려오는 ‘유령의 전설’ 속 장소를 직접 탐방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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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케이시 주립공원과 애드미럴티 헤드 등대의 밤 풍경. (Embrace Whidbey 및 Camano Islands 제공) |
21일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귀신이 산다’고 확인된 곳은 아니지만, 주 전역에는 오랫동안 괴담이 전해지는 장소들이 많다. 안개 낀 숲길과 쓸쓸한 바람, 흐린 가을 하늘은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할로윈 시즌, 단순한 분장이나 파티를 넘어 워싱턴주 곳곳의 ‘숨겨진 전설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자. 스산한 바람과 함께 걷는 그 길에서, 오래된 역사가 남긴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언 고트 트레일 (Iron Goat Trail)
1910년 2월 말, 캐스케이드 터널 근처 웰링턴 역에 눈보라로 갇힌 열차가 있었다. 며칠 뒤 거대한 눈사태가 역을 덮치며 승객 열차와 우편 열차가 함께 협곡 아래로 추락, 1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미국 철도사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의 현장은 지금도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무너진 터널, 낡은 나무 구조물, 그리고 숲속에 잠긴 잔해들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티븐스 패스 인근 마틴 크리크 트레일헤드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ADA 접근이 가능하고 역사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고스트 타운 ‘고번’ (Govan)
동부 워싱턴 린컨 카운티의 고번은 사실상 유령 마을이다. 1905년에 세워진 학교와 곡물창고, 우체국이 방치된 채 황량한 들판에 흩어져 있다.
1900년대 초 마을 판사 부부가 도끼에 살해된 사건을 비롯해, 1940년대 여인과 그녀의 아들이 의문사한 미해결 사건 등이 이어지며 ‘불운한 마을’로 악명 높았다.
1974년 화재 이후 대부분의 주민이 떠나 지금은 몇 가구만 남았다. 음산한 적막 속에 서 있는 고번의 폐허는,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소름을 선사한다.
▲케이프 디서포인트와 노스헤드 등대
롱비치 반도의 케이프 디서포인트 주립공원에는 두 개의 등대가 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외딴 해안에 자리한 이곳은 한때 등대지기들의 고립된 삶으로 악명이 높았다.
1923년, 노스헤드 등대의 관리인 아내 메리가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지금도 그녀의 영혼이 등대 주변을 떠돈다는 소문이 있다.
바람이 거센 날, 절벽 위의 등대를 찾아가면 아득한 파도소리와 함께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방문객은 실제 등대 관리인 숙소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애드미럴티 헤드 등대 (Admiralty Head Lighthouse)
위드비 섬 포트 케이시 주립공원에 위치한 이 등대는 1890년에 세워져 이후 여러 차례 보수되었다. 군사 요새였던 이곳은 정체 모를 여인의 형상과 발소리가 들린다는 괴담으로 유명하다.
해협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종종 유령이 난간에 기대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보고도 있다. 살리시 해를 바라보며 등대의 역사와 전설을 함께 체험해볼 수 있다.
▲켈스 아이리시 펍 (Kells Irish Restaurant & Pub)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지하에 있는 켈스 펍은 사실 시애틀 최초의 장례식장 건물을 개조한 곳이다.
예전엔 시신을 안치하고 염하던 공간이었기에 지금도 ‘빨간 머리 소녀’와 ‘찰리’라는 노신사가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건물 곳곳에서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다. 기네스 한 잔을 들이키며, 거울 속 낯선 얼굴이 비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확인해보자.
인근에는 호텔 소렌토(Hotel Sorrento)와 아울 앤 시슬(Owl ’N Thistle) 등 또 다른 ‘시애틀의 유령 명소’도 있다.
▲블랙 다이아몬드 공동묘지 (Black Diamond Cemetery)
19세기 말 석탄 광산이 번성하던 시절, 광부와 가족들이 잠든 공동묘지다. 1200여 개의 묘비 중 상당수가 폭발 사고 희생자와 전염병으로 숨진 어린이들의 것이다.
밤이면 묘역 사이로 희미한 등불과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역사적 비극과 고요함이 뒤섞인 이곳은 그야말로 ‘할로윈의 정석’이다.
▲몬테 크리스토 (Monte Cristo)
한때 은과 금 채굴로 번성했던 캐스케이드 산맥 속의 광산 마을.
1889년부터 1907년까지 수많은 광부가 몰렸지만, 거친 자연환경과 산업 쇠퇴로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현재는 다리턴(Darrington) 인근 바를로우 패스 트레일헤드에서 왕복 8.5마일의 하이킹 코스로 접근할 수 있다.
녹슨 간판과 허물어진 광산 입구, 그리고 잊힌 마을의 흔적 속에선 “아직 떠나지 못한 영혼들”의 기운이 감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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