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한국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 유족들이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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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 현장 모습 |
15일 시애틀에 본사를 둔 허만법률그룹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14명의 유족을 대리해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은 사고 항공기에 장착된 1950~60년대식 전기 및 유압 시스템의 결함이 조종사들의 안전 착륙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만법률그룹의 찰스 허만 수석 변호사는 “보잉은 이번 비극을 조종사 탓으로 돌리려는 낡은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은 승객과 함께 목숨을 잃었고, 스스로를 변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족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한국에서 외면당한 피해자들이 이제 미국 법정에서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보잉의 안전 중심 문화는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 인수 이후 급격히 약화됐다. 당시 최고경영자 해리 스톤사이퍼가 보잉 경영에 참여하며 회사를 “위대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 중심 기업”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후 보잉은 85년간 위치했던 워싱턴주 시애틀 본사를 시카고로 이전(2001년) 하며 엔지니어들과의 현장적 유대가 약화됐다고 소장은 지적했다.
허만 변호사는 “보잉은 1968년 첫 737기 생산 이후 2009년 사고 항공기 인도까지 핵심 전기 및 유압 구조를 현대화하지 않았다”며 “수십 년간 백업 안전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 업그레이드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사고기(보잉 737)는 착륙 중 조류 충돌을 겪었으며, DNA 검사 결과 충돌한 새는 무게 약 1파운드의 바이칼 가창오리로 확인됐다. 충돌 이후 주요 시스템이 잇따라 고장나면서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제어할 수단을 잃었다.
소장은 "좌측 엔진이 정지되고 우측 엔진의 추력은 55%까지 떨어졌으며, 발전기와 배터리 모두 전력 공급에 실패했다. 비행기 데이터 기록 장치(FDR),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트랜스폰더 등도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착륙에 필요한 랜딩기어(착륙 장치)와 리버스 스러스터(역추진 장치), 플랩·슬랫·스포일러 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조종사들은 활주로 중간 지점(2,600m 중 약 1,200m)에서 시속 175마일로 동체 착륙했다. 항공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계기착륙시스템(ILS) 안테나 구조물과 충돌 후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승객과 승무원 등 179명이 사망했다.
허만 변호사는 “숙련된 조종사들이 끝까지 항공기를 되돌리려 했지만, 시스템 전반의 실패로 인해 안전 착륙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허만 변호사는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의 진상 규명에 참여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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