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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08/09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여자는 남자가 가만히 놔둘 때 가장 안전’


몰카(몰래카메라, 불법촬영)와 관련하여 지난 5월 혜화동에서 여성만의 격한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뭘까? 궁금했다.


줄임말 중에 ‘일베’라는 말이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라는 말의 줄임이다. 여성을 혐오한다는 문제에 대해, ‘누가요?’ 남존여비 사상이 폐기된 지가 언제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 물으니, ‘일베’요 라고 연사가 대답한 적이 있었다. 인용된 용어로서는 들은 적이 있지만, 직접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혜화동에 여성만의 집회에 그 구호가 ‘몰카와 그 처벌에 대한 문제’라니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과격한 구호와 행동에는 뭔가 알아야 하는 고충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알고 싶었다. 8월 4일 오후 4시~7시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집회가 열렸다.


광화문은 필자의 동선이어서 집회 시간보다 1시간 늦었지만 5시경 광화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쪽 인도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안쪽으로 펜스를 뚫고 들어가니 마스크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조용히 앉아있는 여성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석이 허용된다는 지침을 여자환영이라 믿으며 사람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쑥 들어가려 하니, 대열의 자리 앞에 아이스박스가 있어 더운 여름 참석자들의 목을 축일 수 있게 해 놓았다. 얼린 생수 하나를 들고 집회장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주요 구호는,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일간베스트 지금당장 폐쇄하라’ ‘불법카메라 규제법안 시행하라’ ‘男성시점 편파보도 찌라시냐’ ’여男경찰 구대일(9:1)로 만들어라’ ‘여성총장 여성청장 임명하라’ ’여성의제 법률제도 입법하라’ ‘촛불시위 혁명이고 여성시위 원한이냐’ 등, 항의부터 대책요구까지 다양했다.


 

원하는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와 구호를 선창하고 참석자들은 따라 외쳤다. 그 목소리는 시위로 단련되지 않은 보통 시민의 평범한 성량이었다. 튀는 행동 없는 잔잔한 태도가 오히려 이들의 자발적 의지와 서로의 연결을 드러내는 듯하였다.


아 이런 아늑함은 무엇인가. 여대를 나온 필자는 졸업 이후 이러한 여성들만의 모임이 정말 오랜만이다. 보통 시위대 옆을 지나가면 행상들이나, 긴장을 느끼게 하는 뻣뻣한 진행요원들이 주변에서 먼저 시위의 틀을 보이는데, 이 여성집회에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생수 보관용 아이스박스, 잠시 앉아 있으니 사탕 봉지가 넘어온다. 큰 봉지에서 각자 먹을 만큼 꺼내고 옆으로 전달한다.  무대에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반복해 말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옆에 마련된 의료부스에서 쉬라고, 자매님들 아프면 안 된다고.’


스텝들이 참석자들 사이를 다니며 뭐 불편한 것 없는지 두루 살핀다. 생수를 더 주거나 스프레이로 찬물을 뿌려 주기도 했다. 며칠간 이어진 폭염에도 시간 때문인지 옆의 꽃나무들 때문인지 날씨는 그렇게 덥지 않았다. 이런 식의 육체적 배려를 받는 게 얼마 만인가. 대중교통에 노약자나 여성 배려석도 얼마나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데, 여기는 알아서 힘든 참석자들을 챙기다니, 필자 자신도 그간 얼마나 기계에 맞추고 남자에 맞추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달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행 중 스트리밍(streaming: 인터넷상에서 음성이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이 있다는 말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한다. 개인 인터넷 매체 같은 데서 이 행사를 실시간 방송으로 올리기 위해 다니나 보다. 둘러보니 주변은 다 누군지 모르게 복장을 하였는데 필자만 평소복에 얼굴 다 드러내고 앉아있었다. 우리 가족은 모르는데 옆집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이나 아닐지, 다들 가릴 때 나도 가려야 하는데, 집에 오니까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편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으면서 얼굴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가려야 하는가 하는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7만 명 [경찰추산 1만 9000명]이 모였다고 한다. 인터넷 다음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열렸으며, 집회 초반에 삭발식 등의 퍼포먼스가 있었다고 한다. 지방에서도 버스를 전세해서 참석했고, 그들은 미리 자리를 뜬다고 공개로 배웅을 한다. 모임이 끝나고 쓰레기는 이미 넘치니 각자 자기 집에 가져가라는 안내를 듣고 그대로 따라 했다.


이들의 외침은 표면적으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로 분출되었지만, 실제는 여성이 제2의 성으로 한정되는 것이 궁극적인 인간세상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고 생각한다.


대학교 때 점심시간에 과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잔디밭에 편하게 누워있는데, 지나가던 여교수가 와서, 눕지 말고 앉으라고 훈계를 하고 가셨다. 여자대학에서는 여자들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서 오히려 편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같이 생활하는 곳이니 사회적 훈련을 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여자는 남성이란 상대가 없으면 남성과 똑같이 잔디에 누워 하늘을 마음껏 보고 싶은 것이 본래 태도이다. 


참석자들이 들은 피켓에 적힌 구호 중에서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자는 남자가 가만히 놔둘 때 가장 안전하다’ 같은 방백(傍白)은 여성을 관찰하는 시선으로부터 여성의 자연스러움을 자유롭게 누리고 싶어하는 주체로서의 분출이라는 예리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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