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금요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위하여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 환영 만찬과 이어진 환송 행사를 마칠 때까지 약 12시간에 걸친 이 만남은 밤 9시 30분경에야 마무리되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온종일 관련 내용이 활발하게 시시각각 전해진다. 실시간 중계를 해주기도 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반복해서 돌려 보여주기도 한다. 화면을 보다가 긴 행사일정을 모두 함께 시청할 수는 없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서 새로운 소식이 보도되는 대로 화면에 뜨는 행사의 설명 자막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번 남북한 정상의 만남이 특이하다면, 회담에 ‘냉면’이 전면에 등장한 일인 것 같다. 필자 역시, 봄볕이 깊어지면서 ‘조만간 냉면을 먹어야 할 텐데’ 하면서도 몇 주간 냉면 먹을 순간들을 놓쳤었는데 중계를 보다 일어나서 작년에 먹다 남은 인스턴트 냉면 봉지를 찾아냈다. 여름마다 이 인스턴트 냉면 제품은 여름 과일, 참외 수박 못지않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필수품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악수를 하는데, 필자는 냉면 국수를 삶고 한쪽에서는 따로 계란을 쪘다. 드디어 익힌 면을 찬물에 헹구어 미리 준비해 놓은 육수에 넣고, 얼음을 살짝 얹어 100점 만점에 100점의 맛있는 물냉면을 해서 먹었다.
냉면을 만들어 먹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면을 잘 익히는 것이다. 조리법에 있는 대로 1인분에 4분 정도 끓이면 되지만, 끓는 물에 면을 넣을 때 면을 살살 펴서 넣는다든가, 면이 끓으면서 냄비 바닥에 붙지 않게 젓는다든가, 끓어 넘치지 않도록 불을 조절해야 한다든가, 하는 요령은 그때그때 보면서 해야 한다. 필자는 면을 좀 부드럽게 익혀 먹는 것을 좋아해서 3분 정도 끓이면서 나무 주걱 같은 것으로 젓다가 불을 끄고 여열로 면을 좀 더 익힌다.
그리고 오이나 김치를 잘게 썰어 새콤달콤하게 양념해서 고명으로 얹든지 장조림이 있으면 조금 얹어 놓기도 하고 배를 얇게 썰어 한 조각 곁들인다. 마지막으로 먹기 전에 식초와 겨자나 참기름 몇 방울을 넣어 맛을 돋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삶은 계란을 찬물에 담가 매끄럽게 껍질을 벗겨 4등분으로 잘라 흰자와 프리지아(freesia)처럼 샛노란 노른자가 선명하게 대비되도록 얹어야 한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 냉큼 해 먹은 냉면 시식이 다 끝날 무렵 방문객이 등장했다. 마침 식탁이 차려져 있으니, 잘되었다 싶어 손님에게 ‘냉면을 먹겠느냐?’ 고 하니까 그분도 ‘올해 냉면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는데 먹겠다’고 한다.
아까처럼 같은 순서로 물냉면 한 그릇을 뚝딱 만들어 줬는데 이번에는 면을 삶는 동안 한쪽에서 달걀 삶는 시간을 조절을 못해서 달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고명용 계란이 흐물흐물한 환자용 반숙이 되고 말았다. 손님은 면이 잘 삶아졌고 국물도 산뜻하고 건더기들도 다 맛있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빈 그릇을 내놓았다.
면은 익는 것이 보이니 식성에 맞게 지켜 서서 보면서 삶을 수 있지만, 달걀은 속이 안 보이니 가끔 마음이 급할 때 제대로 익히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10년 전에도 있었고, 이날도 그랬다.
필자는 사람들이 냉면을 그렇게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에서 하는데 평양의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판문점 북측 건물에 제면기를 직접 가져와 면을 뽑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건물로 배달하여 결국 환영 만찬에서 북한의 평양냉면을 맛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하여간 냉면은 맛있다. 외국인들도 냉면을 좋아하나? 한국 사람만 좋아하나? 면도 잘 삶고 계란도 잘 익혀야 냉면이 제대로 흡족하다. 명시된 조리법으로 만으로 부족하고, 초조하면 실패하기도 한다. 그 사이 사이를 채우는 것은 역시 사람, 사람의 잘 이루려는 마음일 것이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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