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사망케 한 독극물이 보툴리눔 독소(보톡스)일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부검 결과, 보톡스 독소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으로 확인될 경우 국내 보톡스 균주 관리 강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보톡스 독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보고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병원체방어연구과 김연희·신나리·차기원·이기은·강신정 연구원이 작성한 ‘보툴리눔 독소증과 실험실 진단’에 따르면 보톡스 독소는 강력한 독성 때문에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는 생물테러 가능한 병원체 중 탄저균 등과 함께 가장 위험한 카테고리 A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2년부터 보툴리눔 독소증을 법정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의심환자 발생 시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툴리눔균이 생물테러에 악용될 수 있는 ‘고위험병원체’로 지정돼 병원체 관리 및 보툴리눔 독소증 환자 발생에 대한 감시가 한층 강화됐다.
보톡스 독소의 살상력은 체내 흡수되는 독소량에 따라 다르다. 보톡스 독소는 감염성 병원체 자체가 아닌 미량의 독소 단백질 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김정남 사망 원인이 보톡스 독소라면 “1g으로도 100만 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충분하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생물무기금지협약 정보망에 따르면 보톡스 독소는 생물무기로도 이용될 수 있다. 정보망은 보톡스 독소가 배양액 혹은 정제된 독소형태, 액체형태 자체 혹은 에어로졸 형태로 생물테러 작용제로 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대량살포 가능한 미세분말로 만들면 호흡기를 통한 대량살상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정남 사망 원인이 독극물 스프레이나 독침 등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톡스 독소가 사용됐을 가능성을 전면 배제키 어려운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의 김정남 부검 결과, 보톡스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확정될 경우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보톡스 균주 관리 강화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보톡스 균주로 보톡스 제품을 만들고 있는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 간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실제 보톡스 균주의 허술한 관리 실태와 유출 가능성 등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톡스 독소가 맹독성 물질인 점을 들어 정부 차원의 균주 관리 및 감독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부도 보톡스 원료물질인 보툴리눔균 관리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올해부터 보툴리눔균 등 고위험병원체 발견 신고 시 ‘현장조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마굿간이나 토양 등에서의 보톡스 균주 발견 신고를 접수하고도, 보툴리눔 독소에 감염된 환자 보고가 없다는 이유로 역학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톡스 독소의 위험성이 김정남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확인될 경우 병원균 등이 생물작용제로 무기화 돼 나타나는 안보적 위협에 대응하는 바이오 안보 전략 필요성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성구·장승동·김현철 연구원은 지난달 16일 바이오안보의 부상과 과학기술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안보 개념과 접근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보톡스 독소가 무서운 맹독성 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의료계에서 사용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국내 시판 중인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대웅제약의 ‘나보타’, 휴젤의 ‘보툴렉스’ 제품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 결과 공개를 통해 “허가된 세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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