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남성 10명 가운데 6명꼴로 정기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워싱턴 남성의 외로움 비율은 전국 50개 주 가운데 23위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직장과 가정,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도 실제로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AMFM 멘탈 헬스 트리트먼트가 연구조사기관 체리 데이터 스그널에 의뢰해 남성 3,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주 남성의 60%가 정기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별로는 루이지애나가 83%로 가장 높았고, 오클라호마 79%, 오리건 73%, 위스콘신 71%, 미시간 70% 순이었다. 워싱턴은 60%로 23위였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히 ‘외롭다’고 느끼는 정도를 넘어 실제로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를 물었다는 점이다.
이 조사는 워싱턴 한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한인 남성들의 실태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워싱턴 한인사회라는 관점에서는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이민생활에서는 직장과 사업, 가족 부양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서도 개인적인 어려움을 주변에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영어와 문화적 차이, 세대 차이, 이민 초기의 사회적 관계 부족 등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또 한인사회에는 식당·건설·운송·자영업·IT 등 다양한 직종에서 장시간 근무하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점에서 ‘친구가 있는 것’과 ‘속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가족이나 사업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미루는 문화가 있을 수 있다. “괜찮다”, “별일 아니다”라고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 주변에서는 오히려 실제 어려움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워싱턴 한인사회가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거창한 해결책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자체일 수 있다.
퓨 리서치 센터의 2025년 조사에서도 남녀가 외로움을 느끼는 빈도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남성은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여성보다 낮았다. 친구에게 정서적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남성이 38%, 여성이 54%였다.
이는 ‘남성은 외롭다’는 단순한 결론보다는 외로움을 느껴도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을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게 한다.
한인사회에서도 교회나 성당, 동호회, 골프모임, 친목회, 직능단체 등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모임의 숫자보다 그 안에서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지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거창한 상담보다 오랜만에 건네는 전화 한 통, 함께하는 식사 한 끼, “요즘 괜찮아?”라는 진심 어린 질문이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워싱턴주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직업군으로 장거리 트럭 운전사, 경비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상위권에 꼽혔다.
장시간 혼자 도로를 달리는 운전직과 야간·교대근무가 많은 경비직, 업무 특성상 혼자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모두 업무 환경 자체가 사회적 접촉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직종이다.
워싱턴은 특히 물류·운송과 기술산업이 모두 발달한 지역인 만큼 이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한인들에게도 사회적 연결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는 결국 ‘외로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라는 숫자보다 “내가 힘들 때 누구에게 전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친구가 많다는 것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같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연락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때로는 먼저 전화를 거는 작은 행동이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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