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mRNA 백신이 진행성 폐암·피부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로리다대와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공동연구팀은 면역항암제 투여 전후 100일 이내에 mRNA 백신을 접종한 환자들이 비접종자보다 훨씬 오래 생존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mRNA 기술이 암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1일 발표됐다.
“면역 시스템을 깨우는 새로운 암 백신 가능성”연구를 공동 주도한 플로리다대 소아암 전문의 엘리아스 세이어 박사는 “이번 발견은 암 치료 분야 전체를 바꿔놓을 잠재력을 지닌다”며 “특정 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지 않고도 면역 체계를 깨워 항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바탕으로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적(off-the-shelf) mRNA 암 백신’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연구팀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치료받은 1,000명 이상의 3~4기 비소세포폐암 및 전이성 흑색종 환자의 의무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항암제 치료 시작 후 100일 내 mRNA 백신을 맞은 환자군에서 생존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길어졌으며, 특히 면역 반응이 약할 것으로 예측된 환자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존스홉킨스대 mRNA 연구 권위자인 제프 콜러 교수는 “이번 결과는 mRNA 의약품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기술이 암 치료를 포함한 전반적 의학 혁신에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세이어 박사 연구팀은 8년 전부터 지질 나노입자와 mRNA를 결합한 비특이적 백신 플랫폼을 연구해 왔다. 이들은 올해 7월, 특정 종양 단백질을 공격하지 않고 면역 체계를 ‘바이러스 감염’ 상태처럼 활성화시켜 강력한 항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았다.
해당 실험에서 연구팀은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와 세이어 박사의 비특이적 mRNA 백신을 함께 투여했을 때, 실험쥐에서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실험 결과에서 출발했다. 세이어 박사의 전 연구원이자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아담 그리핀 박사는 “그렇다면 코로나19 mRNA 백신도 같은 방식으로 면역계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는 그 가설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mRNA 백신이 암 치료용 비특이적 백신처럼 면역계를 활성화해 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설계 중인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콜러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개발된 mRNA 백신 기술이 암 치료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 연구는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여전히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생명을 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이어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암 환자를 위한 범용 mRNA 백신 개발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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