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직장에서 20여 년을 근무해왔다. 운 좋게도, 노숙자, 정신질환자, 중독자들은 대부분 나를 잘 안다. 시애틀의 작은 동양인 여성이 늘 웃으며 다니고, 오랫동안 이들과 함께하며 내가 가진 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자립을 돕다 보니 좋은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생각보다 무섭다고도 한다.
이들은 외롭기에 쉽게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사람을 잘 믿지 않아 쉽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한 번 친해지면 너무 가까이하려고 하기에, 이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으려면 바운더리가 분명해야 한다.
나는 작은 키에 늘 웃고 다니지만, 쉽게 이용하려는 상황이 많았다. 조금 친해지면 “마이 씨스터”라며 어깨를 툭툭 치거나 허그를 하려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운셀러로 존재하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헤이, 씨스터”라며 어깨를 툭툭 건드리면, 나는 정색하며 눈을 크게 뜨고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나는 너의 씨스터가 아니야! 너의 담당 카운셀러야, 그렇게 불러!”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면, 대부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곧바로 다시 정정한다.
엎드려 자던 청년이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고, 샤워를 해서인지 깨끗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를 이층 상담실로 데리고 가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 나를 만나고 싶은 이유가 뭐지?”
청년은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한국 청년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말은 아주 간단한 것밖에는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노숙자가 된 지 4년째라 했고, 지금은 00 쉘터에서 지내지만, 더 나은 곳으로 나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라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000주의 한인 교회 목사님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남자들보다는 여자들과 있는 것이 편했고, 여자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느끼는 감정이 남들과 달랐다고 한다. 자신이 여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늘 불편했고 힘들었는데, 부모님께 이를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목사님이고 어머니는 깊은 믿음을 가진 분이었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하나님은 실수를 하지 않는 분이야. 너는 착각하고 있는 거야. 병이든 거야. 정신 차려!”
청년은 학교에서도 늘 남학생에게만 뜨거운 감정을 느꼈고, 여자들은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같은 성향을 가진 남자 친구와 함께 화장을 하고 여성으로 변장하다 부모님에게 발각되면서, 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떠돌게 되었다고 했다.
청년은 엄청난 추궁과 협박을 당하며 집을 뛰쳐나와 거리에서 헤맨 지 벌써 4년째가 되었다고 했다.
부모님도, 형제들도 그립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부모님이 찾아주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이 돌아가면, 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목회를 하고 계신 아버지에게 해가 될까 봐 걱정되어, 레지나인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청년은 쉘터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온갖 약물 중독자와 정신질환자들이 모여 있어, 자신도 이곳에 오래 있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고 했다. 참, 이럴 땐 난감하다. 성경에는 남색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버려야만 하는 걸까?
우리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연결해준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나는 천천히 물었다. “부모님이 영어를 잘하시니?”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 오래 사셨지만, 한인 교회를 섬기다 보니 영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이지만, 깊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도와주길 바라니?” 청년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말했다. “I am so tired this life. I wanted to go back to home if they accepted me.”(“이 생활이 너무 지쳤어요. 집으로 돌아가 평범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고 싶은데, 부모님이 나를 받아주실지 걱정돼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무실 직원 회의를 통해 청년을 내 케이스로 영입했다. 그때부터 매주 청년을 만나면서, 9개월째 청년의 부모님인 목사님 부부와 줌으로 미팅을 가지며 설득을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감히 아들의 성정체성을 바꾸라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단지, 부탁할 뿐이었다. “그냥 부모님의 아들로 보아주시고, 아들을 사랑해주실 수 없으신가요?”
그러나 생각보다 목회자이신 부모님은 완강했다. “하나님은 절대로 실수를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 아들은 우리가 기도하고 있으니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겁니다. 그렇다면 아드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아드님이 부모님 댁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떨까요?”
부모님은 잠시 침묵하셨다. “그 애가 지금 모습으로 오면, 나는 교회를 못합니다. 내 아들도 내가 바르게 가르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회에서 설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부모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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