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일에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후회한들 무슨 베네핏이 있겠는가. 후회하는 동안 생기는 걱정과 근심으로 인해 잠도 잘 오지 않고, 입맛이 없어 식사도 제대로 못 하게 될 것이며, 의욕이 사라지고 운동조차 쉽지 않아 결국 몸과 마음이 망가지게 된다. 이미 생긴 일이라면 후회에 매달리기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 닥쳐온 일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잠시라도 고민해 보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미 생긴 일에 계속 매달려 생각이 끌려간다면 마음과 몸이 지쳐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렇다고 생긴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생각을 금방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생각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한 후 실천의 길로 나아가야 발전이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잠을 설치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의 밸런스가 깨지고, 정신과 육체 모두에 상처를 입게 된다. 아무리 후회한들 이미 있었던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에 매달려 내 삶을 그 흐름의 물결에 그대로 맡겨 둔다면,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삶의 자리가 점점 피곤해지고 지쳐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5년간의 무릎 통증으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조금 더 일찍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아 보았고, 카이로프랙틱을 찾아가 치료도 받아 보았다.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고, 가까운 인도계통의 친구가 알려준 민간요법도 시도해 보았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보험회사의 추천으로 정형외과를 찾아가 정형외과 의사가 권하는 여러 방법으로 무릎 강화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시작되더니, 6개월쯤 지나자 왼쪽 무릎까지 통증이 생겨 진통제 없이는 하루 일과를 버티기 어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해 늘 동료들보다 먼저 도착해 커피를 내려놓곤 했는데, 무릎 통증이 시작되면서 모든 일이 더뎌졌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일을 마치고 이후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던 생활도, 통증이 길어지면서 출근 시간은 9시로 늦어지고 퇴근도 늦어졌다. 나의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던 사회봉사에도 제약이 생겼고, 무릎 통증으로 기동력이 떨어지자 결국 모든 일을 축소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통증 치료를 받았지만 무릎이 좋아지기보다는, 그저 더 아프지 않게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늘 밝던 성격에도 변화가 생겨 자주 짜증이 나고 쉽게 지쳤으며, 모든 일에 대한 의욕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주치의는 아직 젊으니 무릎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근육을 키워보자고 했다.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려다 보니 처방전을 받아 진통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옥시코돈, 트라마돌, 모르핀 등 진통제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통증은 줄어들지 않았고, 어떤 날은 오히려 더 심해져 울고 싶을 정도였다. 맛있는 음식을 봐도 입맛이 없었고, 아파서 잠을 설치다 보니 체중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통증이 시작된 지 3년째 되던 해, 정형외과 의사가 반신반의하며 권한 줄기세포 치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랜 검색 끝에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1986년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해온 백인 의사를 찾게 되었고, 약속을 잡아 비행기를 타고 그를 만났다. 그러나 의료 잡지에 실린 30년 전 사진과 달리, 실제로 만난 전문의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백발의 노인이었고, 겨우 서 있는 모습은 매우 약해 보였다.
50대 초반에 줄기세포 치료를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믿어도 될지 망설여졌지만, 함께 치료한다는 보조 의사의 씩씩하고 건강한 모습에 결국 줄기세포 치료에 서명했다. 이후 몇 달 동안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내 무릎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다시 주입하는 치료를 받았는데, 그 과정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더 불안했던 점은, 그 씩씩한 보조 의사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줄기세포 분야의 선구자라 불리는 전문의의 주사 바늘을 쥔 손이 후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취 없이 진행되는 시술이라 그 모습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왔다. 의사는 한 번에 찌르지 못하고 여러 차례 찌른 뒤에야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보통 주사 바늘보다 세 배나 길고 두꺼운 바늘이 무릎 관절을 찌를 때의 고통은 눈물이 절로 날 정도였다.
시술은 2주 간격으로 세 차례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시술 이후 겁이 난 나는 두 번째 시술 전 병원에 전화해 그 의사는 불안하니 젊고 건강한 의사가 시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술은 젊은 의사가 진행했고, 기존 의사는 옆에 서 있었다.
그러나 시술 후 3주에서 6주 동안 움직이지 말라는 처방으로 운동을 하지 못한 무릎 관절은 돌처럼 굳어 버렸고, 결국 목발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줄기세포 치료를 100퍼센트 신뢰하며 6주간 거의 누워서만 지냈다. 그 결과 무릎뿐 아니라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이 모두 빠져버렸고, 그때부터 나의 긴 통증의 고난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줄기세포 시술 후 완치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내 무릎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결국 다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작은 병원을 찾았고, 의사의 권유로 PRP 치료까지 추가로 받게 되었다. 이미 거금을 지불한 상태에서 또다시 큰 비용이 들었지만,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졌고 다리는 힘을 잃어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결국 줄기세포 치료는 실패로 돌아갔고, 다시 고개를 숙여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애초부터 줄기세포 치료에 회의적이었으며, 보험 적용도 되지 않았다. 결국 정형외과 의사의 권유로 무릎 관절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양쪽 무릎 수술과 3주간의 입원 및 재활치료를 포함해 약 2만 불이라고 했지만, 이곳에서는 보험 적용 후에도 한쪽 수술에 6만 5천 불이 들었다. 두 무릎을 모두 하면 큰 비용이었지만, 업무상 시애틀을 떠날 수 없어 결국 이곳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한쪽 무릎을 먼저 수술하고 1년쯤 후에 다른 쪽을 했어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 줄기세포 치료로 병가를 모두 사용한 탓에 두 무릎을 짧은 간격으로 수술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통증약·염증약·소화제·변비약·항우울제 등 열 가지가 넘는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약물 중독이 될까 두려워 약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약해진 위장은 견디지 못했고, 면역력도 크게 떨어져 작은 감기에도 폐렴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통증약을 끊고 염증약만 복용하고 있지만, 약의 후유증으로 식사만 하면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몸이 차가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자연치료를 하는 지인 의사와 상담한 결과, 햇빛을 충분히 쬐고 프로바이오틱 식품과 강황을 섭취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두 무릎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수술한 것을 깊이 후회해 본 시간이었다.
하지만 후회를 오래 붙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는 해결 방법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다.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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