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가장 오래된 관광 명소 중 하나인 ‘빌 스파이델’의 언더그라운드 투어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이 투어는 단순한 역사 해설을 넘어, 유머와 연극적 퍼포먼스로 시애틀 개척기의 숨겨진 역사를 전해오며 여전히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9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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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 스퀘어의 한입구에서 투어 가이드 클레이 볼라드는 약 50명의 관광객을 이끌고 지하의 어두운 터널로 들어섰다. 그는 “저는 유령을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여기서 1893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장난스럽게 눈을 치켜뜨고 벽 속으로 사라지는 시늉을 했다.
볼라드는 “이 투어가 60년 동안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하는 법’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단순히 연대기만 읊는 가이드는 많지만, 관객을 웃기고 몰입시키며 역사를 들려주는 곳은 드물죠. 바로 그게 우리의 매력입니다.”
투어 가이드 아드리안 지머 역시 “우리는 단순한 해설자가 아니라 배우이자 이야기꾼”이라며 “힘든 날이라도 손님을 맞이하면 자동으로 무대 위에 선 기분이 된다”고 말했다.
언더그라운드의 역사는 1889년 ‘시애틀 대화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길은 도심의 25개 블록을 삼켰고, 재건 과정에서 시 정부는 상습적인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최대 22피트까지 높였다. 그 결과, 1층이었던 상점들은 지하층으로 내려앉게 되었고, 이곳이 오늘날의 ‘언더그라운드 시애틀’이 되었다.
한때 지하 공간은 비가 잦은 시애틀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쇼핑 통로였으나, 1907년 페스트(흑사병) 발병 이후 봉쇄되며 오랫동안 잊혀졌다.
1960년대 들어 파이오니어 스퀘어가 재개발 위기에 놓이자, 지역 언론인 출신의 빌 스파이델이 이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그는 “도시가 과거를 잊는다면 미래도 없다”는 신념으로 시민과 함께 지하 통로를 발굴했고, 1965년 첫 공식 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시애틀을 세운 사람들의 ‘거칠지만 생생한 개척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썼으며, 첫 해에만 1만5천 명이 투어에 참여했다. 현재 투어를 운영하는 CEO 브라이언 호튼(스파이델의 사위)은 “60세가 된 지금, 100주년 때도 꼭 다시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는 대부분 75분가량 진행되며, 낡은 벽돌과 녹슨 철제 침대, 오래된 타자기와 변기 등 당시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한 관광객은 “마치 할머니의 오래된 지하창고에 온 듯하다”고 감탄했다.
가이드들은 종종 루 그래엄이라는 매춘업주가 남긴 재산이 1903년 킹카운티 공립학교 설립 자금으로 쓰였다는 전설을 들려주기도 한다. 비록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를 부정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시애틀의 복잡한 역사를 흥미롭게 엮어낸다.
투어의 베테랑 가이드 셰인 코베인은 1993년부터 일해온 이래로 “스파이델이 자랑스러워하던 건, 미화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며 “시애틀의 뿌리는 실수와 도전, 그리고 재건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는 하루 거의 매일 운영되며, 입장료는 약 30달러 수준이다. 예매는 공식 웹사이트(undergroundtour.com)에서 가능하다.
파이오니어 스퀘어의 지하에 숨겨진 역사는 오늘도 관광객의 웃음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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