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남동부의 한 농장에서 16년간 일한 라몬 로드리게스 바스케스(62)는 평생 범죄 전력이 없는 성실한 노동자였지만 지난 2월 5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를 체포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LA타임스가 14일 시애틀발 기사로 보도했다.
법원은 가족과 동료, 의사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보석을 허가하지 않았고, 그는 타코마에 소재한 서북미 ICE 구치소에 수감됐다.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지만 처방약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심리적 부담까지 겹치자, 그는 결국 공식적인 추방 기록 없이 미국을 떠나는 ‘자발적 출국(voluntary departure)’을 선택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신속 추방 정책이 개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ICE는 2024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동안 31만9,980명을 추방했으며, 같은 기간 ‘자발적 출국’을 허가받은 사례는 1만5,241건으로 전년의 약 두 배에 달했다.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60만 명이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났다고 발표했으나, 비당파 연구기관인 이민정책연구소(MPI)는 이 수치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CBP 홈’ 앱을 통해 자발적으로 출국하는 사람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정책도 시행 중이다. 반면 자진 출국을 거부할 경우 에스와티니, 르완다, 남수단, 우간다 등 제3국으로 강제 이송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토안보부 트리샤 맥라클린 차관보는 “이 정책은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해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있다”며 “불법 체류자는 스스로 떠나든, 아니면 우리가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2009년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주 그랜드뷰에서 농장 근로자로 일했다. 세금보고 기록에 따르면 2014년 1만3,406달러에서 2024년 4만6,599달러로 소득이 늘었으며, 그동안 성실한 근로자로 평가받았다. 그의 고용주는 “그의 부재는 현장에서 큰 손실로 느껴진다”고 탄원서에 적었다.
그의 손녀는 심장 질환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로드리게스가 구금되면서 병원 진료를 위한 이동조차 어려워졌다. 소아과 의사는 “그의 도움이 없으면 아이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법원에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3월에 보석을 또다시 기각했다.
그는 이후 구금 이민자의 보석 청구권을 인정해 달라는 연방 소송의 대표 원고로 참여했으나, 9월 말 법원이 보석 청문회 부재를 위법하다고 판결하기 전에 이미 멕시코로 돌아갔다.
그의 아내 글로리아 기자르(58)는 “그는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다”며 “그가 없는 집은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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