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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10/10  조이시애틀뉴스
미국행 대한항공에서 있었던 영화 같은 실화 ‘인연’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서서영 씨가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뒤 일부가 벙커(여객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로 간 시간이었다.


서서영 씨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던 중,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서서영 씨가 다가가서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어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서영 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해.”


서서영 씨는 “제가 찾아보겠다.”라며 일단 할머니를 좌석에 모셨다. 그러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객실 안에 있는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없고, 두 번째도 없고. 마침내 세 번째 쓰레기통에서 서서영 씨는 휴지 속에서 틀니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하느라 잠시 빼놓고 잊어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다.


서서영 씨는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한 뒤 할머니께 갖다 드렸고,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서서영 씨에게 여러 번 “고맙다.”라는 인사를 했다.


세월이 한참 흘러 그날 일이 서서영 씨의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힐 즈음, 서서영 씨의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예비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드리기로 한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때였다. 남자친구가 서서영 씨에게 “미국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지금 서울로 인사를 드리러 가자.”라고 말했다.


예비 시댁 어른 중 연세가 가장 많은 분이라 서서영 씨는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외할머니에게로 갔다. 그런데 외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서 뵌 듯 낯이 익어서 이렇게 얘기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서영 씨의 얼굴을 가만히 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라고 외쳤다.


그러곤 그 옛날 탑승권을 여권 사이에서 꺼내어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서서영 씨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며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외손자와 결혼할 처자가 비행기를 타는 아가씨라 해서 신기했는데,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라며 기뻐했고, 서서영 씨는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사랑받으며 잘 살고 있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因緣)』이 생각나는데, 문득 이런 글귀가 떠오른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이 글은 디지털 크리에이터인 윤병화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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