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이 내 케이스로 들어온 건 6년 전이었다. 그녀를 담당하던 직원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면서 내가 새롭게 담당하게 됐다.
그때 수잔은 오랜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우리 프로그램이 운영하는 그룹홈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는 76가구가 입주해 있었고, 각자 개인 스튜디오에 살면서 아침과 저녁은 공동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받았다. 점심은 거르거나 도네이션 단체들이 와서 음식을 나눠주곤 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봉사자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수잔은 이 그룹홈에서도 ‘막가파 언니’로 통했다. 겉모습은 여리고 작지만 성격이 사납고 불같아서 다른 거주자들은 수잔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피하곤 했다.
아무리 키 6피트 7인치, 몸무게 300파운드에 달하는 백인 상이군인도 바짝 마른 수잔이 나타나 한마디 하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곤 했다.
내가 수잔을 처음 방문한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룹홈 3층에 있는 수잔의 방 앞에서 노크를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몇 번 더 두드리자 문 너머에서 수잔이 소리쳤다. “아니, 지금 자는 중인데 왜 깨워!”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였다. 나는 미안하다고 하며 “지금 시간이 10시라서 깨어 있을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더니, 수잔은 “너 누구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새로운 카운슬러예요. 이전 담당자가 이직해서 앞으로는 제가 담당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잠시 후 수잔은 문을 열었고,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만날 수 없어. 나중에 와.”라고 했다. 나는 “그럼 언제 다시 올까요?”라고 묻자, “내가 연락할 때까지는 연락하지 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나는 1층으로 내려와 수잔의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에게 “수잔이 준비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후 몇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수잔은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잔의 신상 데이터를 확인해봤다. 수잔은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 중독 상태였고, 9살 때부터 감옥을 드나들었으며, 다섯 남자 사이에서 낳은 다섯 자녀가 있었지만 그 자녀들이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
오랜 알코올 중독으로 환각과 환청 증세가 심했고,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잔의 부모 역시 알코올 중독자였다. 아기가 울면 자신들이 마시던 보드카를 빨대로 찍어 입에 넣어줄 정도였다.
그 결과 수잔은 생후 8개월 무렵 이미 알코올에 중독돼 있었고, 이웃의 신고로 19개월 때 경찰과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돼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위탁가정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보호비만 노리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가정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수잔은 16살이 되기까지 19번의 위탁가정을 전전했다.
그녀의 과거를 읽으며 나는 그 삶이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수잔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내가 수잔을 도울 수 있는 일”의 목록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수잔을 다시 만나러 그룹홈에 갔던 날, 입구부터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 수잔이었다. 그곳의 거주자 몇 명과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싸우고 있었는데, 그 가냘픈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아래층 로비 전체가 떠나갈 듯했다.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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