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에 위치한 워싱턴주 의사당(State Capitol) 건물에 침입한 어번 남성(29)이 심각한 방화와 함께 흉상 등 기물도 파손시켰다고 주정부가 6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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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shington Department of Enterprise Services) |
밥 퍼거슨 워싱턴 주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의사당 내 여러 시설과 역사적 유물들이 손상됐다”며, 특히 법안 서명식 등 주요 공식 행사가 열리는 주 접견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순찰대(WSP)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 5일 밤 10시경 차량을 몰고 의사당 잔디밭을 넘어 건물 인근에 주차한 뒤 침입했다. 순찰대 대변인 카메론 왓츠는 “음주 운전 사고로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첫 순찰 요원이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건물 내 화재 경보가 울리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에는 기록돼 있다.
용의자는 건물 내부에서 순찰대에 의해 체포됐으며, 손에는 유리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다.
당국은 용의자가 의사당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건물 1층에서는 불탄 미국 국기가 발견됐고, 의원실 창문이 깨져 있었으며, 조지 워싱턴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흉상 두 점이 넘어져 훼손됐다. 주 상원의 덴니 헥 부지사는 “주 의사당의 상징적 조각상들이 손상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건물 중앙 홀(로툰다)에서는 워싱턴주 깃발과 세리머니용 화로가 넘어져 일부가 불탔고, 엘리베이터 카드 리더기와 손 소독기 등이 부서진 채 발견됐다.
특히 용의자는 주 접견실 유리문을 부수고 진입한 뒤 ‘오리지널 러그’를 포함한 여러 물품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카메라에는 그가 라이터 액체 병과 라이터를 들고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여러 개의 망치도 발견됐다.
순찰대 제르메인 워커 경사는 “그의 행동은 매우 의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용의자는 1급 주거침입, 1급 방화, 1급 악의적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서스턴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6일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용의자에게 5천 달러의 보석금을 청구했지만, 크리스 라니즈 판사는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금을 면제하고 다음 재판 출석을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과거 재산범죄 관련 체포영장이 있었으나 출석 불이행 전력이 크지 않았다.
용의 남성은 2016~2017년 곤자가대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2018년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에 28라운드 지명된 전직 내야수로,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한 뒤 2019년 말 방출됐다.
그는 어번에 소재한 토머스 제퍼슨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피어스 칼리지에서도 선수로 뛰었다.
그의 SNS 계정은 한때 야구 관련 게시물로 가득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정부 비판과 정치·보건 음모론 관련 게시물로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제이 인슬리 전 주지사가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을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올렸던 그는 도넛을 들고 의사당 언론실에 들어가 “오늘 첫 출근한 인턴”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 의사당 보안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물 내외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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