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24일 자진사퇴를 결정하게 된 것은 자신의 거취 논란이 계속 회자되면서 박근혜정부의 국정을 발목잡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내정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날 자신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퇴 후 찍힐 ‘친일’의 낙인도 어느 정도 지워졌다는 것도 사퇴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청문회 등 향후 전개될 인사 검증 과정에서 ‘친일’ 논란이 확산될 경우 독립유공자인 조부의 명예까지 흠집낼 수 있다고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내정자는 검증 과정에서 조부가 항일투쟁 중에 순국하신 사실이 확인된 것을 언급한 뒤 “저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하게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며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문 내정자가 ‘이제는 물러나는 게 순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 들어서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고, 회견을 마치면서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둬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라며 순교적 신앙관을 드러냈다.
문 내정자의 이날 자진 사퇴로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3명의 총리 내정자가 청문회장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개조’ 수준의 쇄신 작업을 추진하겠다던 박근혜정부로선 두 명의 후보가 연속 낙마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이 꼬이게 됐다.
후임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고, 청문회 준비를 하려면 2~3주일은 소요된다. 국회 청문회 과정까지 고려하면 향후 두 달은 ‘시한부 총리 체제’가 계속될 전망이다.
잇따른 인사 참사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지면서 국정 운영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를 놓고 야당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문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두 번째 총리(후보)가 낙마한 데 대해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김 실장을 겨냥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문 내정자의 사퇴 이후 수습이 중요하다. 수습은 결국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사람만 바뀌면 다 되느냐. 김 실장의 책임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사 시스템”이라면서 “시스템 정비를 해야한다. 인사 검증단의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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