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운전면허·차량등록 정보 조회와 연계된 이민단속 체포 사례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인사회에도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주정부가 연방 이민당국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있지만, 다른 기관의 접근 권한이나 별도의 정보 유통 경로를 통한 우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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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증명하지 않아도 운전면허를 신청할 수 있는 주다. 그러나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면허·차량등록 정보가 이민단속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시애틀타임스가 13일 보도한 워싱턴대학(UW) 인권센터 리포트에 따르면, 워싱턴주 운전자 정보 조회와 연계된 것으로 확인된 이민단속 체포 사례는 지난 7월 집계 당시 64건에서 10월 13일 현재 354건으로 늘었다. 확인된 사례 수가 약 5.5배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 7월 발표된 64건은 약 1년 동안의 확인 사례였다. 이번 수치는 이후 추가로 확인된 사례를 포함한 것으로, 워싱턴주 전체 이민단속 체포 건수나 최근 3개월에만 발생한 체포 건수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운전자 정보가 이민단속에 활용되는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우려했다.
UW 인권센터의 안젤리나 고도이 소장은 증가세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확인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이 주요 정보 접근 경로로 지목한 것은 법집행기관 간 정보공유망인 ‘Nlets’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워싱턴주 면허국 데이터베이스에 조회 요청을 보내 차량 소유주의 이름과 주소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고도이 소장은 이번 문제가 자동 차량번호판 인식기나 ‘플록’ 감시카메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단속 요원이 눈앞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바탕으로 등록 소유주가 누구인지 조회하는 방식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속 요원들이 이민자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을 순찰하며 차량번호를 조회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면허국에 제공한 정보가 도로 위 차량을 매개로 개인의 신원과 주소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서류미비 한인이나 체류 신분 문제를 겪고 있는 가정에는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출퇴근과 자녀 통학, 생업을 위해 차량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등록한 운전자·차량 정보가 이민단속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보도에는 한인이 실제로 얼마나 체포됐는지에 대한 별도 통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한인 밀집지역이 특정 단속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워싱턴주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Nlets 조회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도이 소장은 다른 기관의 식별코드를 사용하면 여전히 접근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회에는 요청 기관을 식별하는 9자리 코드인 ‘ORI’가 필요한데, 다른 기관의 코드를 이용할 경우 기존 차단 조치를 우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가족끼리 온라인 서비스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상황에 비유하며, 기관별 접근 차단만으로는 정보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여전히 해당 시스템을 조회할 수 있다. 주정부는 앞서 미국·캐나다 국경과 공항에서 수행하는 업무 때문에 CBP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CE와 국토안보부(DHS)는 13일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다른 기관의 코드를 이용한 접근 가능성은 연구진이 제기한 문제로, 이번 기사에는 연방당국의 해명이 담기지 않았다.
운전자 정보가 이민당국에 전달될 수 있는 경로는 Nlets만이 아니다.
UW 인권센터는 전국적으로 연방 이민기관이 차량국 데이터베이스 이용 서비스를 구독하거나, 정보중개업체를 통해 운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관련 기관이 신용평가기관, 보험사, 유료도로 운영업체 등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면, 이를 확보한 업체를 통해 연방당국에 정보가 다시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센터는 이러한 방식이 워싱턴주에서 실제로 얼마나 활용되는지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법집행기관 관계자나 주정부 직원이 이민단속에 협조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연구진이 우려하는 경로다. 센터는 워싱턴주법(Keep Washington Working Act)에서 금지하는 정보공유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서 이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354건만으로 전체 정보 접근 규모나 전달 경로를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워싱턴주는 199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민권이나 합법 체류 증명 없이 이민자가 운전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민단속 목적의 정보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주정부의 보호정책이 연방 이민단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인사회에서도 운전면허 발급 자격과 이민법상 체류 자격을 혼동하지 않고, 운전자 정보 보호정책의 실제 적용 범위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보도를 “면허를 가진 이민자는 모두 단속 대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심은 운전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 이후에도 이민단속과 연계된 조회 사례가 다수 확인됐으며, 연구진이 그 접근 경로와 감독 체계의 허점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연구진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정부에 정보 수집·공유 방식과 이민단속 활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스트사이드 포 올의 운동가인 기예르모 리베라는 “주민 보호를 위해 내년 가을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밥 퍼거슨 주지사가 정보공유의 허점과 오용 여부를 검토하고 즉각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도이 소장은 운전자 정보를 조회하기 전에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대 범죄 수사에 필요한 접근은 보장하면서 주민의 개인정보와 부당한 수색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취지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오리건, 콜로라도, 미네소타, 일리노이, 버지니아,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등은 운전자 정보 조회에 영장을 요구하는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들 주의 제도에도 허점이 있으며, 한 경로가 차단되면 이민당국이 다른 접근 방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공공안전을 지키고 민사상 이민단속을 위한 주정부 정보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다른 주의 대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민 관련 정보 요청에 법원 영장을 요구하는 방안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사회를 포함한 워싱턴주 이민자들에게는 주정부의 검토가 실제 보호조치로 이어질지, 기존 차단망의 허점이 얼마나 보완될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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