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나는 칸타타를 많이 불렀다.
여러 사람이 한마음으로 노래하고,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칸타타를 부를 때마다 내 가슴은 뜨거워졌다. 음악 속에서 성경의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선율을 입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참 좋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칸타타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 한구석에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칸타타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자리 잡았다.
나는 글을 쓰면서 종종 즉흥적으로 곡을 만들곤 했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가락이 따라왔다. 시가 먼저 태어나고 그 뒤에 곡이 따라올 때도 있었고, 때로는 글과 선율이 거의 동시에 마음속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한 편의 시가 열 편이 되고, 백 편이 되고, 천 편이 되었다. 다시 수천 편을 넘어 수만 편이 되었다. 시를 쓰는 동안 노래도 계속 태어났다. 어느덧 내가 만든 곡도 수천 곡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젊은 날부터 마음에 품었던 칸타타만은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씨앗을 심는 때가 있고, 땅속에서 기다리는 때가 있으며, 싹이 나고 꽃이 피어 마침내 열매를 맺는 때가 있다.
내 마음속에 심어진 칸타타의 씨앗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의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야 그 오래된 꿈의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천지창조'였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성경의 첫 장을 음악으로 옮기면서 나는 마치 창조의 아침을 바라보는 듯했다. 빛이 생기고, 하늘과 바다가 나뉘고, 땅에 생명이 움트고, 해와 달과 별이 하늘을 밝히고, 마침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이 지음을 받는 장면을 노래로 담았다.
그리고 이어서 '아담과 하와'를 만들었다. 에덴동산의 아름다움과 하나님의 명령, 뱀의 속삭임과 인간의 불순종, 에덴을 떠나는 슬픔,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구원의 약속을 노래에 담았다.
그렇게 두 편의 칸타타에 모두 19곡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곡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젊은 날 칸타타를 부르며 언젠가는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때부터 오늘까지 참으로 긴 세월이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 긴 세월이 헛된 기다림만은 아니었다.
수만 편의 시를 쓰게 하신 시간도, 수천 곡의 노래를 만들게 하신 시간도 어쩌면 오늘을 위한 준비였는지 모른다. 수많은 글과 노래를 지나오면서 내 안에 쌓인 말씀과 신앙의 고백이 이제 칸타타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첫 두 편의 칸타타를 완성하고도 그것을 내 자랑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잘해서 이루어진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날 내 마음속에 작은 소망 하나를 심어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오랜 세월 시를 쓰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시며, 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마음에 선율을 허락하신 분도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가슴속에만 간직했던 꿈이 이제 노래가 되었다.
「천지창조」가 되었고, 「아담과 하와」가 되었으며, 열아홉 곡의 찬양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다. 성경에는 아직 노래해야 할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인간의 죄와 눈물도 있고, 심판과 회개도 있으며, 용서와 구원과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칸타타를 만들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게 시간이 허락되고, 글을 쓸 힘이 남아 있고, 마음속에서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는 계속 쓰고 노래하고 싶다.
젊은 날 품었던 작은 꿈 하나가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을 지나 이제 열매를 맺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혜였다.
내가 만든 열아홉 곡이지만 결국 내가 받은 열아홉 번의 선물이었다. 그러므로 이 노래를 하나님께 돌려드린다.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하였고,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었으니,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린다.
김충일
시인
전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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