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타코마·에버렛 지역의 주택 중간가격이 9월 들어 소폭 하락했다. 주택 재고가 늘어나는 반면,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구매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정보 기관인 노스웨스트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NWMLS)에 따르면, 워싱턴주 전체의 9월 주택 중간가격은 63만7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7%, 전월 대비 3%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애틀, 벨뷰, 페더럴웨이 등을 포용하는 킹 카운티를 비롯해 스노호미시, 피어스 카운티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속적인 고금리 상황을 꼽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1%로 조정했지만,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책모기지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 주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34%로, 전주(6.3%)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1년 전(6.1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워싱턴대학(UW) 부동산연구소 소장 스티븐 부라사는 “초기에는 높은 금리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를 시장에서 물러서게 했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는 판매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시장에 오래 머무는 주택이 늘면서 판매자들이 다소 조급해 하는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NWMLS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활성 매물(active listings)은 전년 동월 대비 27.3% 증가했다. 시장에 나온 주택은 2만52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748채)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거래 성사(closed sales)는 5.9% 증가(5,828건 → 6,170건)에 그쳐 매물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분석기관 코탈리티(Cotalit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셀마 헵은 “내년 봄 주택 구매 시즌을 전후로 시장이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소득 증가율이 더디고, 주택 구매 여건이 여전히 부담스러워 가격 상승 폭은 예년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애틀 부동산 시장에는 최근 대형 투자자들의 조용한 매입 움직임도 감지된다. 100채 이상을 보유한 투자 그룹들이 지난 4~6월 사이 200채 이상의 주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시 정부의 주거지 용도지역 규제 완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시애틀은 최근 단독주택 부지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며 “이로 인해 듀플렉스(2세대 주택)나 부속 세대(ADU) 건축이 쉬워졌고, 대형 투자자뿐 아니라 고소득층 개인 투자자들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안정되고 공급이 조정되면 2026년 봄을 기점으로 시장이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과 대출 부담, 그리고 투자자 중심의 거래 구조가 지역 실수요자들에게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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