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보험료가 인플레이션율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수백만 명의 주택 소유자들이 보험 범위를 축소하거나 아예 가입을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재난 발생 시 막대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코모4뉴스가 5일 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7%가 주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중 43%는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소비자연맹(CF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중간 수준인 주택 소유자가 재건축 비용 35만 달러 규모의 주택을 보험에 가입할 경우 평균 연간 보험료는 3,30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이후 24%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11%)의 두 배를 넘는다.
주별 인상률은 특히 심각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유타주 59%, 일리노이주 50%, 애리조나주 48%, 펜실베이니아주 44%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건축 자재 및 인건비 상승, 소송 비용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보험정보연구소(III)의 로레타 워터스는 “보험료는 실제 위험 수준을 반영해야 하며, 이는 재난 발생 시 보험금 지급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업계의 탐욕과 각 주 정부의 느슨한 규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CFA 보험국장 더그 헬러는 “보험사들은 지역사회와 협력하기보다는 과도한 요율 인상으로 주택 소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기후위기를 핑계로 규제기관을 압박해 부당한 인상과 차별적 심사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 화재 피해자 “보험금 20~30%만 지급… 모욕적 행태”
로스앤젤레스의 소비자단체 ‘컨슈머 워치독’은 일부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들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카르멘 밸버 사무국장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보험사들이 ‘로우볼(lowball)’ 전략으로 정당한 피해액의 20~30%만 지급하고 있다”며 “특히 스테이트팜이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밝혔다.
파사데나의 로사나 발베르데 부부는 2025년 1월 ‘이튼 산불’ 피해를 입었다. 집은 전소되지 않았지만, 내부가 유독성 물질로 오염돼 거주가 불가능한 상태다.
그들은 “30년간 보험료를 꼬박 냈는데, 정작 피해를 입자 스테이트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우리 집을 ‘좋은 이웃’이라고 홍보하는 회사가 이렇게 무책임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독립 조사에 따르면 집 내부에는 납, 비소, 니켈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복원비용은 약 30만 달러로 추산되지만, 스테이트팜은 7만 달러만 지급했다.
부부는 현재 아들의 집에 머물며 소송을 검토 중이다. “매일 불안과 공포 속에 산다. 잠을 못 자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로사나는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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