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암벽 등반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엘 캐피탄에서 유망한 젊은 등반가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장면은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실시간 중계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로 숨진 이는 알래스카 앵커리지 출신의 발린 밀러(23)로 이미 높이 약 3,000피트(약 900m)에 이르는 거대한 화강암 절벽의 정상에 올랐다가, 장비 가방이 절벽 중간에 걸리자 이를 회수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세미티 전문 사진가 톰 에반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밀러가 로프를 매단 채 내려가던 중, 로프 길이가 가방 위치에 미치지 못한 것을 모르고 끝까지 하강하다가 밧줄 끝에서 떨어졌다”고 전했다.
등반 중 로프 끝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하는 추락 사고는 등반가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치명적 실수다. 밧줄 끝에 매듭(스톱퍼 노트)을 묶으면 방지할 수 있지만, 효율성을 위해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측은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일부 인력이 무급휴가 중이어서 사고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일부 레인저들이 곧바로 출동해 사고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의 어머니 지닌 지라드-무어먼은 “오늘 내 아들이 등반 중 세상을 떠났다”며 “마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SNS를 통해 아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밀러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프리 솔로(Free Solo)’의 알렉스 호놀드처럼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젊은 나이에 뛰어난 성과로 등반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파타고니아와 시에라 네바다에서 여러 어려운 코스를 완등했으며, 지난 6월에는 북미 최고봉 매킨리산(데날리) 남벽의 ‘슬로바키안 다이렉트’ 루트를 단독 등정해 주목받았다.
이 루트는 1984년 세 명의 슬로바키아 등반가가 처음 개척한 이후 9,000피트 이상의 극한 빙벽 구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금까지 약 20명만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당시 밀러는 엘 캐피탄의 ‘씨 오브 드림스(Sea of Dreams)’ 루트를 등반 중이었다. 이 루트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양호한 조건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등반가에게 비교적 익숙한 코스로 평가된다.
엘 캐피탄은 전 세계 등반가와 사진작가들이 찾는 명소로, SNS 시대에는 인플루언서와 영상 제작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일부 레딧 사용자들은 밀러의 추락 장면을 틱톡 라이브 방송으로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밀러의 지인은 “그는 늘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등반이야말로 삶의 의미라고 믿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저작권자 ⓒ 조이시애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www.joyseattle.com/news/60735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