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자폐증의 원인과 치료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임신 중 널리 쓰이는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성분과 자폐증 발병 위험의 연관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약물 루코보린(leucovorin)의 치료 효과다. 하지만 이 발표는 단순한 의학적 가이드라인을 넘어, 과학계·제약업계·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열·진통제다. 특히 임신부에게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왔으며, 주요 학회 가이드라인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임신 초기 사용이 자폐증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방 보건 당국은 이를 근거로 “임신 초반 발열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준비 중이다. 이는 수십 년간 축적된 의료 권고와 배치되는 것으로, 산부인과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동시에, 임산부 약물 복용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법적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크다.
한편, 루코보린은 항암 치료 보조제나 엽산 결핍 치료에 쓰여 온 약물이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자폐 아동의 언어·이해 능력 개선 효과가 보고되면서, “자폐증은 치료 불가능하다”는 기존 패러다임에 균열을 내고 있다.
FDA가 루코보린의 자폐 치료 적용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게 될 경우, 의료계는 물론 제약업계에도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아직 연구 규모가 제한적이고 장기적인 안전성·효과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과학적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를 “미국 의료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로 치켜세웠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진전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행보다. 자폐증 발병률 증가는 미국 내 보건·교육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해답을 찾은 문제”로 프레임화할 경우 향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FDA와 NIH 수장들이 모두 관여하고 있어, 과학적 검증을 넘어 행정부 차원의 총력전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는 의학적 논쟁이 곧 정치적 논쟁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타이레놀 제조사와 제약업계는 이미 정부와 접촉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 안전성 논란에 휘말릴 경우, 막대한 법적·재정적 파급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학계 내부에서는 제한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성급한 권고가 오히려 “정치가 과학을 앞질렀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폐증 이니셔티브는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과학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뒤섞인 위험한 도전이기도 하다.
만약 루코보린이 실제로 치료 효과를 입증한다면 자폐 연구의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타이레놀 논란처럼 기존 의료 상식을 흔드는 결정은 사회 전반의 신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발표는 과학적 검증, 제약업계 이해, 정치적 메시지가 교차하는 복합적 사건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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