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타코마 등 서북미 전역에서 로맨스 소설 전용 서점이 잇따라 문을 열며 새로운 문화 현상이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독자와 작가들이 직접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로맨스 장르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16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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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미 곳곳에 로맨스 서점이 문을 열고 있다 ( Q13 폭스뉴스 화면 캠쳐) |
타코마 6번가에 곧 문을 열 ‘셸프 인덜전스(Shelf Indulgence)’의 주인 레아나 체이스는 “혼란스러운 준비 과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따뜻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카페 분위기의 소파, 무료 커피와 차, 앤티크 장식으로 꾸민 공간 속에 다양한 로맨스 작품을 채워 넣을 계획이다. 비밀의 문 뒤에 ‘스피크이지 독서실’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다.
‘이젠 가벼운 읽을거리 아닌 장르’
로맨스 장르를 ‘단순한 선정물’로 치부하는 시선은 여전하지만, 현지 작가들은 장르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강조한다. 팬데믹 기간 첫 책을 출간해 8개국 독자들에게 팔리며 작가의 길을 연 보니 레이크 출신의 독립 작가 케이틀린 모스는 “로맨스는 단순히 ‘스머트(smut)’가 아니다. 장르 안에 수많은 층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스는 현재 다수의 작품을 출간했으며, 로맨스 전용 서점의 등장을 “드디어 우리만의 거점을 얻은 것 같다”며 반겼다. 그녀는 “1980년대부터 로맨스는 출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였다. 그 흐름이 지금 더 크게 확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과 SNS가 불붙인 ‘로맨스 열풍’
2020년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고립되며 ‘책 읽기 열풍’이 불었고, 틱톡(BookTok), 인스타그램(Bookstagram) 등 SNS 플랫폼이 로맨스 소설 붐을 가속화했다. 체이스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열기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크릭에서 로맨스 전문 서점 ‘하드커버스’를 운영하는 린지 테이보 역시 “로맨스의 매력은 ‘행복한 결말’을 보장하는 데 있다. 독자들에게는 일종의 탈출구이자 위안”이라고 강조했다.
괴물부터 드래곤까지… 독자층 넓히는 하위 장르
현재 인기 작품으로는 사라 J. 마스의 판타지 로맨스 시리즈 《가시와 장미의 궁전(ACOTAR)》과 레베카 야로스의 《포스 윙(Fourth Wing)》 등이 꼽힌다. 특히 《포스 윙》은 주인공이 희귀한 결합 조직 질환을 겪는데, 체이스 자신도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어 “처음으로 책 속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며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괴물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모닝 글로리 밀킹 팜(Morning Glory Milking Farm)》 같은 이색적 소재 역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책방은 단순 거래 공간이 아니다”
이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독자와 작가, 팬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체이스는 “대형 서점처럼 단순한 상업 거래를 넘어, 사람들이 진정으로 연결되는 공간을 원했다”고 말했다.
테이보 역시 “경쟁이 아니라 연대다. 서점이 많아질수록 더 큰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퍼시픽 노스웨스트에서 불고 있는 로맨스 서점 열풍은 단순한 장르 확산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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