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3일부터 2021년 4월 25일까지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라미현 사진작가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인생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솔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찾아서(Project-Soldier, Searching for Korean War Veterans)' 사진전이 있었다.
이는 라미현(본명 현효제) 작가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사진으로 담는 '프로젝트 솔저'의 4번째 이야기로 한국전쟁 (6·25전쟁: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에 참전한 국군 및 UN군 참전용사를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터키, 에티오피아 등 세계 각국을 찾아가 감사함을 전하고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사진 100여 점과 영상으로 기록한 전시회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1,421분의 참전용사를 만나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모습을 담은 1,657개의 액자를 만들어 전달하였다. 자비로 경비를 충당하던 그는 최근에 액자비용 후원 개인 계좌번호를 공개하였다. 그는 2023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까지 참전 및 지원 22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메릴랜드주 빌 웨버 대령 (William E. Weber, 1925~)은 ‘…그동안 참전용사로서 수많은 대우를 받았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은 내 모습을 보니 이제 비로소 나 자신이 영웅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셨다.
1932년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로버트는 한국전쟁 참전 후 1953년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자유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에 후회는 없으나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기 위해 1951년 이후 한 번도 한국에 가지 않았으며 ‘난 안전한 내 고향 미국에서 죽을 때까지 있고 싶어’라고 하신다.
현 작가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이 그들의 죽음과 희생을 바탕으로 자란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친다’라고 그 글을 맺는다.
5월 중순으로 달리는 2021년, 밖은 무척 화창하다.
‘봄이 와서 날씨가 더워지고 나무에 잎사귀들이 연두색 옷을 입고 봄바람이 짙어지면 할머니는 동네 뒷동산에 올라가 저 멀리 전쟁에 나간 아들이 돌아오는지 제일 먼저 알아보기 위해 하염없이 서 있다가 힘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족들은 그런 할머니와 말을 별로 하지 않았고... ‘ 이런 비슷한 전쟁나간 아들 기다리는 이야기는 우리 세대 소설이나 극의 줄거리에 주요 배경 묘사였다.
그러다 오늘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봄날의 어느 날, 버스 안에 서서 차창 밖에 시선을 두다가, 갑자기 저멀리 동구 밖에서 아들의 그림자도 볼 수 없어 오늘도 황혼이 질 때까지 서 있었다는 그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왔다. 어렸을 때는 그 할머니 모습이 소설이나 드라마의 한 등장인물이었는데, 그 봄 갑자기 그 할머니가 내 무의식으로부터 튕겨 나와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이다.
아마 나의 나이가 아들을 군대에 보낼 정도의 연령이 되었던 봄이었을 지도 모른다. 자식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어미이기에 혼이 나가서 봄마다 뒷동산에 오른다는 것이 너무 이해되어 마음이 쓰라렸던 그런 봄날이 있었다.
오랜 기간 자신이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것을 드러내고 살았든 굳이 드러내지 않고 살았든, 가족에게 자신의 전쟁 기억을 인정받았든 혹은 가족이 마음 쓸까 봐 말도 꺼내지 못하며 혼자 내면화하며 살았든, 70년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로서 일생을 살다가 이제 아흔에 한국인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받고 자신의 가치와 자부심을 드러낸 참전 용사에 대해 매우 진중한 마음이 된다.
당사자는 물론, 같이 돌아올 수 없었던 전우와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그 계절의 아픔처럼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밟고 지나간다. 그렇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대명천지 대한민국에 아직 종전 선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hanmail.net
<저작권자 ⓒ 조이시애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www.joyseattle.com/news/46004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