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들풀이 땅과 하늘에 기운을 받아 꽃망울이 터질 때 즈음이면 천상에 야생화를 만나러 신들의 정원 사할리픽을 찾아 나선다. 시애틀에서 차로 3시간 이상 가야 하는 먼 길이지만 한번이라도 그곳에 펼쳐진 하늘 정원을 만나본 사람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순결함에 가슴 떨려 그 감동을 여간해서는 잊지 못한다.
캠핑을 하고 선잠을 깨어 바쁘게 조반을 해먹고 간단하게 점심을 챙긴 대원들은 먼저 출발한 대장을 따라 잰 걸음으로 산행 길을 내달린다. 염 대장은 어제 퍼비딘 벨리로 보스톤픽을 올라 사할리픽까지 둘러보고 내려와 저녁때 대원들을 만나 함께 캠핑을 하고는 조반을 먹지 않는 특이체질로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오전 10시까지 사할리 빙하 초입으로 와야 같이 정상을 갈 수 있다 하고는 휑하니 로프와 쇠붙이 장비 넣은 배낭을 들처메고 산으로 가버렸다.
아침 햇볕을 만난 초록이 빛을 먹어 진초록으로 꼬불꼬불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길을 쉬지 않고 올라 친다. 숨도 차고, 허벅지도 땡기고, 저 멀리 눈 얼음 위 꼬깔 모양으로 조그많게 보이는 사할리픽은 얼마를 더 가야 가쁜 숨을 돌리고 헉헉대느라 생긴 가슴에 통증이 가라 앉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잘 정비된 급경사 산행길을 올라 푸른 초원지대 메도우에 들어서면 걷는 길도 평지가 되고 얼굴에 맞는 바람이 시원하여 터질 것 같던 가슴도 숨쉬기가 편해진다. 고도 2000미터 이상 올라서면 사방이 트여 둘러 보이는 경관은 시원하다. 사람들이 걷기 편하게 돌을 고르고 경사를 밀어 길을 조성한 이 지역 산악자원봉사자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늘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시애틀 산악회’ 도 하이킹 트레일 보수 작업에 매년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감사하다.
메도우에 올라 가벼운 걸음을 옮기면서부터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 이때부터 대원들은 나름대로 걱정이 생기는 것이다. 여름 한철 들꽃이 좋아 이곳을 하이킹해본 대부분의 대원들은 메도우가 끝나고 수목한계선 팀버라인을 지나 바위 너덜이 형성한 급경사 비탈을 올라가 빙하와 마주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하산하였다. 오늘은 빙하를 건너가서 처음으로 정상을 올라 간다는데, 거기에 줄을 묶고 암벽등반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알기에 근심하는 것이다.
각자 메고 온 무거운 배낭은 사할리 빙하가 시작되는 지점에 한데 모아두고 등반 장비가 준비되고 끝까지 정상을 가기로 마음먹은 대원들은 가벼운 등반복장에 크렘폰을 덧신고 본격적으로 빙하를 건너올라 사할리픽 정상 등반 준비를 끝냈다. 남는 대원은 경치 좋은 이곳에 머물고, 두 팀으로 나눠 빙하지역을 건너갈 안전줄을 묶었다.
빙하를 건너 차례대로 잡석 너덜지대를 걸어 올라 마지막 20여미터를 리더가 앞장서 설치한 로프를 잡고 등반하면 사할리픽 정상이다. 사할리픽 정상 암벽에는 지도 좌표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서는 바로 옆에 보스톤픽과 그 넘어 퍼비딘픽, 엘도라도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앞으로는 첨탑처럼 뾰족한 요하네스픽 넘어 시애틀 북부에 광활한 산악 무인 지대가 펼쳐진다.
사할리픽 정상 암벽은 10여명 정도가 함께 있을만한 좁은 공간이다. 자칫 실수하면 추락하여 다시 돌아오기 힘들기에 암벽 위에 개개인은 안전하게 바위에 확보 줄을 묶어 연결하고 조심해서 정상에 머물러야 한다.
빙하를 건너와 잡석지대를 지나 암벽정상으로 올라올 때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정상에서 로프로 하강을 하면 약 10분이면 내려 갈 수 있기에 대부분의 등반대원들은 로프를 이용하여 하강을 한다. 우리 대원들도 이곳을 등반하기 위하여 사전에 많은 암벽 등반훈련을 하였기에 안전하고 능숙하게 전원이 로프 하강을 하였다.
야생화가 아름다운 이곳 산행길은 사할리픽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시간내서 천천히 걸어 볼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정상 등반을 끝내고 대원들과 내려가며 드는 생각은 고마움이다. 멋진 경치는 눈을 즐겁게 하고, 따뜻한 사람은 마음을 즐겁게 한다. 리더인 나를 믿고 따라주어 고맙고 서로 보살펴주어 고맙고 서로 양보해 주어 고맙다.
토요일에 시애틀을 출발하여 트레일 헤드 야영장에서 캠핑하고 이른 주일 아침에 10명에 대원이 함께 출발하였지만 사할리픽 정상은 6명에 대원들만이 등정하였다. 4명의 대원들은 사할리 빙하지역에 남아 정상 가는 대원들을 지원해주고 봉사하였다. 자비와 이해 용서 없는 사랑은 폭력이듯이 희생 없는 관계도 폭력이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인생이란 사랑을 향하여 내려가는 것이고 등반이란 사랑을 위하여 홀로되는 것이다.
글·사진 염승찬
산악문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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