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1992년, 미주 한인 이민사 최초로 오리건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상·하원 5선을 기록하고 연방 상원 공화당 후보까지 올랐던 임용근 전 오리건주 상원의원이 오는 12월, 아흔 살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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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근 전 의원 결혼 60주년 기념사진 ©이동근 |
한인 이민사의 살아 있는 전설인 임 전 의원의 근황이 궁금해 수년 만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그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90세를 못 넘기는데 오늘까지 살 수 있도록 큰 복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위 친구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지금도 직접 운전할 정도로 건강이 좋은 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임 전의원은 화려했던 예전 정치인 보다는 이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말끝마다 하나님께 감사를 고백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25년간 30만 마일을 함께 달린 차가 배기 가스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새롭게 S 차종 4x4 차량으로 바꾸었다. 그는 “새 차를 타니 마음도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아내와 함께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식당에도 직접 운전해 갈 정도로 건강하다고 웃었다.
특히 아내 임영희(그레이스 임) 권사가 10년 전 뇌졸중(Stroke)을 겪었으나 기적적으로 90% 건강을 회복해, 2년 전에는 결혼 60주년을 한인 사회의 축하 속에 맞이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니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아내의 헌신 덕분이었다”는 그는 아내는 초창기 이민시절 같이 고생한 것부터 집집마다 방문하는 선거운동을 함께하고 주상원의원 시절에는 사무장, 연방상원 선거에는 재무로 헌신했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70세 시어머니를 미국으로 모셔와 20년간 함께 지냈을 정도로 효성이 지극하다며, “성경 말씀처럼 부모를 잘 모시면 장수한다는 것을 삶에서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의 건강비결에 대해 임 권사는 “신앙생활을 통해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늘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임 전의원은 서울 성결신학교를 졸업하고 여주군에 능서 성결교회를 개척했던 전도사로 미국에 왔고 포틀랜드 웨스턴 에반젤리칼 세미너리 (Western Evangel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취득했다.
이어 포틀랜드에서 ‘한인 제일교회’를 개척하고 3년간 목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는 성결교단이 없어 목사 안수의 길이 막힌 반면 이민초기 사업이 계속 성공을 이루자 목회의 길을 내려놓고 사업의 길을 선택했다.
임 전의원은 “목회는 꼭 교회에서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내가 처해 있는 모든 환경이 나의 교구라고 생각합니다. 의정활동을 할 때도 의회가 나의 교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그 길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고 간증했다.
임용근 의원이 미주 이민사에 남긴 업적은 너무 크다. 1935년 경기도 여주 시골에서 태어나 일찍 부친 별세 후 어려운 가정 속에서 공부해야 했다. 더구나 아버지가 6.25때 공산당으로 몰려 남한 정부에 의해 총살당했기 때문에 빨갱이 가족이란 낙인이 찍히는 아픔도 겪었다.
17살부터 폐결핵에 걸려 각혈을 하는 7년여 간의 투병생활로 정신 이상자로 몰리는 고통도 당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시절에 미군 부대 하우스 보이로 미군들의 구두를 닦는 등 고생을 했다.
1966년 6월 30세 나이로 무일푼으로 미국에 온 후 초기에는 청소, 정원일, 세탁, 페인팅 등 온갖 궂은일을 다했다.
50세에 오리건 한인회장을 시작으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미국 한인 상공인총연합회 총회장, 미 아시안 시민권자협회 의장을 역임했다.
특히 1990년 오리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7명의 후보자 중 2위를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1992년에는 미주 한인 최초로 주상원에 당선되었고 상원 3선(1992-2004),하원 2선(2005-2009)이라는 금자탑을 이룩했다.
1998년에는 미 한인 최초로 연방 상원 공화당 후보로 본선에 진출하였으나 아쉽게 패배했고 2010년 오리건 주지사에 2번째 도전했으나 성공치 못하고 정계를 떠났다. 오리건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이기 때문에 공화당 후보에겐 계란으로 바위치기 어려운 대결이었다.
이같은 공로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2001)과 동포후원재단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2007)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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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에서 열린 임용근 의원 자서진 출간 기념회. 서은지 총영사등 많은 인사들이 참가해 축하했다. ©이동근 |
그의 격동적인 삶은 2022년 ‘버려진 돌’ 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미국 시애틀 LA, 하와이, 포틀랜드, 그리고 한국 서울, 수원, 목포 등 7곳에서 출간기념회를 가졌고 서울 행사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축사를 했다.
정계 은퇴 후에도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리건 한인회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상원의원 시절 창설했던 ‘오리건 한국전쟁 기념재단’ 명예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부인 임권사도 이사로 함께 헌신하고 있다.
임 전의원은 “인생말년에 내가 할 일은 한국 전쟁에서 희생된 미국 군인들과 미국에 감사하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중에도 아내와 함께 7년 전부터 ‘오리건 문인협회’(김혜자 회장)에서 시와 수필을 연마하며 문학 활동에 힘쓰고 있다.
임 전의원은 지난해 ‘고무신’ 제목 수필로 ‘문학과 비평’사의 해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임영희 권사는 80세에 시애틀 뿌리 문학상 공모에 시가 당선되었고 지난 4월 86세에 ‘아름다운 동행’ 시집을 발간, 큰 감동을 주었으며 5월에는 한국 세계 전통시인 협회 시조 신인상을 받았다.
임 전의원은 정계에서는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한인 사회와 정치력 신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07년 설립한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2015년까지 8년간 봉사했으며, 지금까지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제 11차 세계 한인정치인 포럼이 열렸는데 K 리더십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임 전의원은 후배 정치 지망생들에게 “정치를 하려면 두렵지만 용기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며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시작도 하지 않고 ‘우리는 못 한다’며 포기합니다. 하지만 정치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기도하며 도전하면 하나님께서 도와주십니다.”
주상원 선거에서 당선된 날, 여주에서 사촌이 왔는데 그는 내가 떨어질 줄 알고 위로하러 왔다고 말했다며 미국에선 한인 정치인 당선이 안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지만 나는 민주당 텃밭에 도전해 승리했다고 뒤돌아봤다.
또 젊은이들은 꿈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꿈을 다 이룰 수는 없지만 꿈이 없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고 말했다.
“하나님은 나이를 보지 않고 사용하시고 계십니다. 저도 나이와 상관없이 하나님 나라와 한인사회, 미 주류사회, 나아가 조국의 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해서 크고 작은 도구로 계속 써 주시길 기원합니다.”
특히 임의원은 정치인은 말년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부족하지만 자신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본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습니다. 미국에 무일푼으로 와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었고 미국 한인 이민 사상 최초로 오리건주 상,하원 5선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의 삶을 통해 저의 성공비결을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성공보다 실패와 고난들을 교훈 삼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과 용기를 주고 특히 후세들에게 새 비전과 도전을 주어 한인 정치인들이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랍니다.”
올해 90세 생일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낼 예정이라는 임 전의원 부부에게는 승재(Peter), 승규(Billy King) 두 아들과 3명의 손자가 있다.
이동근 (전 시애틀 중앙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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