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시애틀 지역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 채용을 독려하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23일 전했다.
국토안보부(DHS)는 지난주부터 킹5, 코모4 등 시애틀 지역 방송사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광고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ies)’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광고는 “시애틀 경찰관 여러분, 여러분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선서를 했지만, 피난처 도시에서는 위험한 불법 이민자들이 풀려나는 동안 여러분은 손을 묶인다”라고 주장하며, ICE에 합류할 경우 최대 5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와 학자금 대출 상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브루스 해럴 시애틀 시장은 23일 성명을 통해 이 광고가 “법과 사실을 왜곡하며 시애틀 경찰을 모욕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도시를 협박해 우리의 법과 가치를 저버리게 만들려 해도, 우리는 결코 경찰 채용 기준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주 법은 지역 경찰이 이민 단속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경찰은 범죄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 이민 신분을 묻지 못하며, 단순히 신분 확인을 위해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도 없다. 연방 영장이나 법원 명령이 없는 한 지역 교도소가 ICE 인계를 위해 구금하는 것도 금지된다.
지난달 주 면허국은 ICE가 커클랜드의 한 남성을 추방 대상으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ICE의 검색 권한을 철회하기도 했다.
공공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케틀 시의원은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지역 경찰을 흔들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시애틀의 공공안전 진전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ICE 광고가 “허위 정보를 퍼뜨려 시애틀의 가치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시애틀경찰국(SPD)은 팬데믹과 2020년 시위 이후 대규모 퇴직과 이탈을 겪으며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인력이 줄었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200명 신규 채용을 목표로 채용 절차 간소화, 전자 신원조회 도입, 최대 5만 달러 보너스,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경쟁력 있는 급여 등 공격적인 인재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럴 시장의 2026년 예산안에는 경찰국 예산을 4,000만 달러 이상 증액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이번 ICE 채용 공세와의 충돌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편, ICE는 올해 말까지 1만 명의 신규 요원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나이 제한을 완화하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텍사스 채용 박람회에서는 700명에 달하는 조건부 합격자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채용 광고가 “민족주의적, 백인 우월주의적 이미지와 언어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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