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불이야! 소리가 들렸다. 기와집에 불이 난 것이다. 동네사람들이 뛰어가 불을 껐다. 나도 달려갔다. 다행이 불은 초기에 진압을 하였다.
이웃집에 사는 사람이 말했다. 엊그제 기와집에 숨어 살던 큰 구렁이 여러 마리가 나와 밖으로 황급히 도망가더라고 했다. 이는 화재가 날 것을 미리 안 구렁이가 살기 위해 도망친 것이다. 이상한 것은 화재가 날 때 뱀이 도망가지 않고 이틀 전에 도망친 것이다.
길을 가다 개미떼가 새까맣게 대이동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하얀 새끼 유충을 물고 커다란 여왕개미를 호위하며 높은 지대로 이동을 하였다. 개미의 이동을 목격한지 며칠 후에 큰비가 왔다. 이는 개미집이 침수될 것을 알고 위지대로 이동하는 개미가 신기했다.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지기 며칠 전에 굴속에 서식하고 있는 쥐들이 우르르 집단으로 밖으로 나간다. 그러면 사고가 날것을 짐작하고 재빠르게 사람들도 피신한다고 한다.
또 항구에 정박 중인 배안에 살고 있는 쥐가 배에서 나와 육지로 도망치면 그 배는 고기잡이 나가면 풍랑을 만나 사고를 당한다고 해서 출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쥐들이 어떻게 재해가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행동하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일본에서 어항에 있는 고기가 갑자기 밖으로 튀어나오면 며칠 후에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옛날 농가 집에 살 때의 일이다. 쥐가 많아 할머니께서 고양이 한 마리를 사육하셨다. 배부르면 쥐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밥을 굶겼다. 나는 고양이가 털을 날리고 위생상 나빠 하루는 할머니의 승낙을 받아 동생과 함께 고양이를 버리기로 하였다.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개울을 건너 2km도 넘는 다른 동네에 내다 버렸다. 의기 양양히 집에 와 보니 고양이가 먼저와 있었다. 고양이는 앙칼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야옹!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그 뒤로 쥐를 잡아가지고 안방으로 물고 들어와 피를 흘리며 먹고, 밖에 나가 누던 변을 방 이곳저곳에 누는 등 보복행위를 하였다.
할아버지는 젖 떨어진 송아지를 팔려고 어미 소를 앞세우고 40리 떨어진 예산5일장으로 가셨다. 머슴과 함께 새벽 3시쯤 출발하여 칠흑 같은 밤에 소로(小路)로 해서 일찍 도착하셨다.
우시장이 일찍 서기 때문이다. 송아지를 흥정 끝에 팔고, 시장을 두루 다니며 손자들 간식거리를 사시는 등 장을 보셨다. 그리고 친구 분과 같이 약주를 드시다가 저녁때가 다 되어 집으로 출발하셨다. 짧은 가을 해는 금방 어두웠다. 소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 갔다.
소는 젖 떨어진 새끼를 목이 쉬도록 불렀다. 숲속에 실같이 나있는 소로를 소는 주저하지 않고 잘도 갔다. 두 곳으로 갈라지는 길도 하나 망설이지 않고 가더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몇 번이나 다녀본 할아버지나 머슴도 밤길을 몰라 헤맸었는데 소는 캄캄한 밤에 하나도 주저하거나 헤매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집에 도착했다고 한다. 밤과 새벽에 걸어갔던 길을 귀신처럼 안 소가 신기했다.
서울에 살 때 ‘스피치’란 작은 애완견 새끼 한 마리를 지인이 주었다. 집에서 며칠 기르다가 시골 고향집으로 보낸 일이 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추석 때 고향집에 갔다. 훌쩍 큰 그 개가 우리를 보고 어떻게나 반가워하는지 껑충 껑충 뛰어오르고, 뒹굴고,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반년 전에 불과 며칠 길렀을 뿐인데 어떻게 우리 식구를 모두 기억하고 그렇게 반가워 할 수 있는지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커다란 애완견을 기르고 있었다. 외국산 ‘세파트’로 무척 영리한 개였다. 개를 잃어버렸다가 찾은 사연은 이렇다.
시장 보러 갈 때면 개는 시장바구니를 목에 걸고 항상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잘했다. 장(場)을 보고 꼭 맨 끝에 고기 집에 들려 고기를 샀다. 신문지에 싸 바구니에 넣으면 그걸 목에 메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전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삿짐센터 차에 짐을 싣고 개도 같이 타고 대전으로 밤에 출발하였다. 대전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시장을 보러 개를 데리고 나갔다. 서울에서 하던 식으로 시장을 다 보고 맨 나중에 고기 집으로 데리고 가는 도중이었다.
마침 아는 사람을 만나 개에게 손짓발짓으로 “잠깐 이야기할 터이니 옆에서 기다리라”고 말하였다. 이야기를 다 끝내고 보니 옆에 있어야 할 개가 슬그머니 없어졌다.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찾아 봐도 개는 오리무중이었다. 그 비싼 개, 훈련이 잘된 개, 족보가 있는 개, 나의 오른 손이 되어 심부름을 잘하던 영리한 개, 식구처럼 정이 흠뻑 든 그 개가 잠깐 사이에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즉시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하고, 광고도 냈지만 개는 찾지 못했다.
5일이 지난 어느 날 야윌 대로 야윈 개가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굶어서 배는 쪼그라지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너무 반가워 얼른 먹을 것을 주었다.
대전에서 시장 보고 아는 사람과 이야기 할 때 주인이 “잠깐 기다리라”고 한 것을 “개는 서울의 고기 집으로 가서 고기를 사가지고 오란 줄로” 잘못 알았다. 그 길로 서울로 걸어가 고기 집에서 고기를 받아 바구니에 넣고 다시 대전으로 걸어온 것이다.
바구니 속에서 고기를 판 날짜와 가격표가 고기와 함께 발견되었다. 고기는 부패하고 있었다. 배가 고프고 지쳤지만 주인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고기를 먹지 않았다. 여러 날을 쫄쫄 굶고 사력을 다해 대전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 고기집 주인은 이사 간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바빠서 주인은 안 오고 개만 보낸 줄 알고 고기를 넣어 주었다고 통화했다.
이삿짐차를 타고 칠흑 같은 밤에 간 서울과 대전의 그 먼 길, 왕복 320km를 어떻게 기억하고 다녀왔는지, 또 닷새를 굶으면서 바구니 속의 고기를 먹지 않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동물들의 이러한 신기한 행동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동물의 오감(五感)인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촉각(觸覺), 미각(味覺)을 거치지 않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제육감(第六感)이란 감각(感覺)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으로 도저히 인지 못하는 감각 등을 동물은 오감을 뛰어 넘어 육감을 통해 알고 있다. 인간보다 훨씬 앞선 동물의 육감이 신비하기만 하다.
이성수
충남 예산 출생, 연세대 졸업 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뿌리 동인 저서: 수필집 '솔바람 소리' (2004)
<저작권자 ⓒ 조이시애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