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를 비롯한 20개 주의 메디케이드(Medicaid) 환자 정보가 연방 이민 단속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이 내려졌다고 시애틀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이번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빈스 차브리아 판사는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워싱턴주와 19개 주의 메디케이드 데이터를 이민 단속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차브리아 판사는 판결문에서 연방 보건복지부(HHS)와 국토안보부가 개인 의료 정보 공유 정책 변경 시 필요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를 관리하는 HHS 역시 해당 데이터를 DHS에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차브리아 판사는 “CMS 데이터를 이민 단속에 사용하는 것은 취약계층에 필수적인 의료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운영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닉 브라운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람들의 민감한 건강 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연방정부의 정보 활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면서 법원의 이같은 판결을 환영했다.
이번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인 지난 7월 초, 일부 주의 메디케이드 데이터가 이민 추방 담당 연방 당국에 공유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제기됐다. 공유된 정보에는 환자의 주소, 이름, 사회보장번호, 청구 기록, 이민 신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은 이민자 옹호 단체, 인권단체, 그리고 워싱턴주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시애틀 지역의 일부 커뮤니티 보건소는 연방 이민 단속관 방문에 대비해 보안과 환자 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에서는 190만 명 이상이 ‘애플 헬스(Apple Health)’라는 명칭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으며, 이 중 약 4만9천 명은 일부 연방 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민 신분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약 1만2천 명의 불법체류 저소득 이민자가 ‘애플 헬스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1차 진료, 응급 치료, 치과 서비스 등을 지원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응급 진료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가 주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워싱턴주 보건관리국은 이 프로그램 가입자에게 개인정보가 기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장해 왔다. 그러나 각 주는 연방 지원금을 받기 위해 CMS와 대부분의 환자 정보를 공유해 왔으며, 이 정보가 비의료 목적의 다른 연방 기관으로 전달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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