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장애인 인권 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한국명 박지혜)의 얼굴이 새겨진 25센트 동전이 내년에 발행된다고 조선일보가 1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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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시 박 밀번과 2025년에 발행될 예정인 25센트 동전의 시안.(부모, 연방 조폐국 제공) |
연방 조폐국은 미국 사회에 공헌한 여성 20명을 선정해 2022~2025년 발행되는 25센트 뒷면(앞면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에 얼굴을 새겨 넣고 있는데 2025년 ‘미국 여성(American Women) 쿼터 프로그램’의 헌정 대상자 7명 가운데 한명으로 밀번씨를 선정했다. 미국 동전에 한인이 등장하는 최초의 사례로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은 총 5억개 이상 발행될 예정이다.
주한미군 아버지 조엘 밀번과 한국인 어머니 진 밀번 사이에 서울에서 태어난 밀번은 지체장애를 앓으면서도 장애인 인권 운동에 앞장서다가 2020년 5월 신장 수술 합병증으로 33세의 나이로 숨졌다.
어머니 진 밀번 씨는 2년 전 연방 조폐국으로부터 “25센트 동전 뒷면에 새길 여성 인물 후보로 (딸을) 추천했는데 동의해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심사를 거쳐 조폐국이 발행을 최종 확정했다고 전했다.
스테이시 밀번은 1987년 5월 용산 기지 내 121 미군 병원에서 태아가 거꾸로 들어서 있다고 해 제왕절개로 얻은 첫딸이었다. 태어난 후 팔다리에 유난히 힘이 없던 아기가 5만명 중 한 명꼴로 걸리는 근육 퇴행성 질환(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이후 엄마 밀번씨는 18년 동안 딸을 자전거나 휠체어에 태워 통학시켰다.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겪은 낙상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의 문제에 눈뜬 밀번은 문제 의식을 담은 블로그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면서 청소년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부모가 거주하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대학을 마친 후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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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한인 등 여성 7명의 얼굴이 새겨진 25센트 동전이 발행될 예정이다. (사진=연방 조폐국) |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에 확산하고 미 전역이 봉쇄되자 밀번은 응급 의료에서 소외된 중증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돌보기 위한 긴급 대응팀을 꾸려 활동했다. 하지만 지병인 신장 질환 수술 합병증으로 몸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33살 생일이던 그해 5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밀번은 모국인 한국을 사랑해 생전에도 여러 차례 다녀가며 장애인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연방 조폐국이 스테이시 얼굴을 새긴 25센트 동전 발행을 공식 발표했을 때 서울에 있었던 밀번 부부는 “예전에 비해 휠체어를 타고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았고,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우리 딸이 하늘에서 이걸 보면 참 좋아하겠구나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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